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먼저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더 큰 열매를 만들기 위해 애쓰라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이 먼저 주시는 명령은 ‘내 안에 거하라’입니다. 이 말은 활동의 명령이라기보다 관계의 초대입니다. 제자들은 곧 예수님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지보다 누구에게 붙어 있을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쁜 신앙생활 속에서 주님과의 … 계속되는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이 고백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감동’ 또는 ‘영감’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요. 하나님이 저자들의 손을 움직여 모든 문장을 기계적으로 받아쓰게 하셨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성경이 신앙에 도움을 주는 인간의 훌륭한 종교 문학이라는 뜻일까요. 기독교의 성경 영감 이해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하나님의 주도하심과 인간 저자의 실제 참여를 함께 말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 계속되는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봉투는 이미 색이 바래 있었고, 우표는 반쯤 뜯겨 있었다. 편지지 위에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손글씨가 있었다. 스무 해 전 어느 선배가 나에게 보내 준 편지였다. 그 편지를 다시 읽으며 나는 이상하게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장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안부를 묻고, 자기 일과를 짧게 … 계속되는
어떤 아침에는 접시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아직 어제 저녁의 그릇이 싱크대에 쌓여 있고, 오늘 마셔야 할 커피는 김이 오르지 않은 채 식탁 위에 놓여 있다.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무언가를 계속 정돈한다. 정돈하는 손끝이 바쁠수록 이상하게 마음은 더 흐트러진다. 마르다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시고 나서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라고 성경이 기록한 그 장면이, 어쩌면 … 계속되는
로마서 8장은 바울 신학의 정점이라고 불린다. 1장에서 시작된 죄와 구원의 논증이 8장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그 장의 클라이맥스에 우리가 잘 아는 한 구절이 있다. 교회에서 수도 없이 인용되고, 설교에서 반복적으로 들어왔으며, 고난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위로로 건네지던 그 말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계속되는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래된 노트 한 권이 나왔다. 표지가 많이 낡아 있었다. 펼쳐보니 내 글씨로 가득 채워진 기도문들이었다. 날짜와 함께 짧은 문장들이 이어져 있었다. 어떤 날은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만 적혀 있었고, 어떤 날은 “너무 힘듭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빽빽하게 써져 있었다. 그 노트를 들여다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기도는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무릎을 꿇고, … 계속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