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라는 말은 교회 안에서 자주 들리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 의미를 좁게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만 은혜라고 말하거나, 힘든 일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감정 정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은혜는 이보다 더 깊고 넓습니다. 은혜는 하나님께서 사람이 받을 자격을 먼저 증명하기 전에 다가오셔서 사랑과 구원을 베푸시는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은혜의 출발점은 … 계속되는
여리고 길가의 바디매오는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의 이름이나 형편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짧은 외침 안에는 예수님이 누구신지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솔직함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신앙은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필요한 말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서 주님께 있는 그대로 나아가는 … 계속되는
아침에는 큰 결심보다 작은 선택이 더 오래 남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알림을 확인하고, 마음속에서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빠르게 계산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루의 첫 방향을 정하는 것은 늘 거창한 계획이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말씀 한 절을 읽으며 ‘주님, 오늘 제가 사랑으로 반응할 한 가지를 보여 주세요’라고 구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작은 순종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 계속되는
빌립보서의 이 말씀은 불안을 느끼는 사람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차갑게 명령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바울은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공동체에게 평강의 길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이 권면은 모든 문제가 이미 해결된 사람의 조언이 아니라, 제한과 불확실성 속에서 하나님께 시선을 돌린 사람의 고백으로 들립니다. 염려가 찾아오지 않는 삶을 약속하기보다, 염려가 찾아올 때 그것을 어디로 가져갈지 가르쳐 줍니다. 믿음은 마음속 걱정을 … 계속되는
성경을 읽다가 ‘언약’이라는 말을 만나면 어렵고 먼 신학 용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약은 성경 전체를 이어 주는 중요한 실입니다. 단순히 무엇을 주고받는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과 맺으시는 관계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이 조건을 충족한 뒤에 권리와 의무를 정리하는 문서라면, 성경의 언약은 하나님이 먼저 다가오셔서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시는 은혜의 … 계속되는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먼저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더 큰 열매를 만들기 위해 애쓰라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이 먼저 주시는 명령은 ‘내 안에 거하라’입니다. 이 말은 활동의 명령이라기보다 관계의 초대입니다. 제자들은 곧 예수님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지보다 누구에게 붙어 있을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쁜 신앙생활 속에서 주님과의 … 계속되는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이 고백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감동’ 또는 ‘영감’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요. 하나님이 저자들의 손을 움직여 모든 문장을 기계적으로 받아쓰게 하셨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성경이 신앙에 도움을 주는 인간의 훌륭한 종교 문학이라는 뜻일까요. 기독교의 성경 영감 이해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하나님의 주도하심과 인간 저자의 실제 참여를 함께 말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 계속되는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봉투는 이미 색이 바래 있었고, 우표는 반쯤 뜯겨 있었다. 편지지 위에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손글씨가 있었다. 스무 해 전 어느 선배가 나에게 보내 준 편지였다. 그 편지를 다시 읽으며 나는 이상하게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장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안부를 묻고, 자기 일과를 짧게 … 계속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