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첫 월요일 오전 열 시 사십 분,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시편 23편을 천천히 펴 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외우다시피 한 본문이고, 새벽기도회와 결혼식과 장례식의 가장 깊은 자리마다 자주 낭독되는 본문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너무 익숙해서 자주 흘려 듣게 되는 본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해라는 작업은 익숙함을 다시 한번 낯설게 만들어, 마치 처음 펴 보는 … 계속되는
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의 새벽이다. 도시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창밖 가로등의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가 새벽 바람에 천천히 흩어진다. 책상 위 빈 유리잔을 한참 만져 본다. 차가운 손끝과 차가운 잔이 만나 그 자리에 오래 머문다. 보리차 한 주전자를 다시 데웠다. 김이 천천히 잔 안으로 차오른다. 처음에는 잔의 바닥부터, 그다음에는 잔의 옆구리를 따라 위로, 위로. 마침내 … 계속되는
새벽 네 시 반의 어둠은 한낮의 정적과는 다릅니다. 한낮의 정적이 사물의 형태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정적이라면, 새벽의 정적은 모든 사물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정적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자기 자신의 모서리를 잊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는지, 어떤 이름을 지고 가는지조차 잠시 흐려지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에 가장 진실한 자리에 서게 됩니다. 현관문을 살며시 닫고 밖으로 … 계속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