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날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고 처마 밑에 잠시 멈춰 서는 것이 좋고 빗소리에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것이 좋다.
젖은 길을 보며 오늘 하루의 발걸음을 헤아리는 것이 좋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들을 빗물에 흘려보내는 것이 좋고 그 사이로 들리는 주님의 음성이 좋다.
비를 피하려 들어선 자리에서 뜻밖의 쉼을 만나는 것이 좋고 계획에 없던 멈춤이 도리어 은혜가 되는 것이 좋고 그 멈춤 안에 이미 주님이 와 계신 것이 좋다.
땅이 비를 거절하지 않듯이 내 마음도 오늘은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고 그렇게 적셔진 마음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것이 좋다.
비가 그치면 다시 길을 걷겠지만 처마 밑에서 머문 그 짧은 시간이 오래 기억될 것 같고 주님과 단둘이 비를 바라본 오늘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