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길을 걸을 때는 빠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고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느끼는 것이 좋고 나무 사이로 새어드는 빛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마음이 천천히 풀어지는 것이 좋고 그 고요 안에 주님의 음성이 스며드는 것이 좋다.
발아래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지난 계절을 생각하는 것이 좋고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들을 숲에 내려놓는 것이 좋다. 바람이 가지 사이를 지날 때 들려오는 소리가 좋고 그 소리 속에서 오래 잊고 있던 기도의 말들이 떠오르는 것이 좋다.
이끼 낀 바위 옆에 잠시 앉아 쉬는 것이 좋고 손바닥 위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좋고 그 흐름 속에 주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 좋다.
숲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서 있을 뿐인데,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것이 말해지는 것이 좋다. 내 안의 소음도 조금씩 가라앉는 것이 좋고 마음의 바닥에 남아 있던 감사가 다시 떠오르는 것이 좋다.
숲길의 끝에 다다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 고요는 주머니에 넣어 두고 싶다. 삶이 다시 분주해질 때마다 꺼내어 읽고 싶은 한 줄처럼, 오늘의 숲은 마음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