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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

오렌지 빛 사랑이 피었습니다
당신의 아늑한 눈빛은
내 모든 것을 보이며
세상에 떨던 가슴을
죄다 풀어 줍니다
망울 눈망울
마알간 믿음의 눈물이
온 몸을 타고 흘러
새 하얀 반석으로 자리 틀면
그 위에 사랑은 겹이 겹이 싸여 갑니다
밝은 불 쳐들면
두팔 벌린 포근한 세상이 보입니다
만약 당신이 흔들리는 날이면
온 세상이 흔들리고
당신이 가물거리는 날이면
사랑이 식어 가는 것입니다
당신의 살내음 가득
가슴을 파고 들 때
내 마음 활짝 꽃이 핍니다

[2]

끝자락 남은 햇살을
거두어 가는 노을 뒤에
어두움이 살금살금 다가와
하나둘 귀잠을 걸면
촛불은 그때부터
하나 둘 셋 — 일곱—–
어둠을 몰아치는 씨름이
아름다운 황홀이라 하고 싶다
맨몸으로 맞선다
밀리는 듯 밀어내고
밀리는 듯 밀어내다
여리박빙 어디에 살았던
새벽 이슬이면 다 깨워서
하늘 오를 날개를 달아 준다
새벽닭 우렁찬 심판 휘슬이 들리기까지

조물주는 춤을 춘다
노래 부른다

[3]

고와서 너무 여린 몸매지만
어리광 모르는 애교 투성이로
그 청순한 밝은 웃음으로
나를 짓고 짓다 보니
수억년 지나 온 지변(地變), 헤릴 수 없지만
태고적 사랑의 열정을 품은 채
저 순결한 신비로움만 더하는 석회 동굴처럼
어우러져 싸이는 정이여라
아름드리 우리 세월이 빛나듯
때 한번 타지 않은 당신의 그 생(生)의 옷차림!
너무 황홀한 욕망이 솟구치는 군요

달빛 별빛담은 당신 눈빛을 배워
공격도 방어도 무기도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며
나는
당신의 소원을 빚는
옹기장이로만 남을 꺼요

하지만, 이 노파심(老婆心)
악신(惡神)시샘에 져
당신의 옷 깃 흩날리는 날엔
믿음앞에 선 나는
조바심 가득한 욕심으로
갈 길은 패이고
거꾸로 거꾸로
이름없는 산비알 거친돌이 되고 말 꺼요
하지만, 나
그럴 리, 그럴 리는 없어요
벌써 그 무엇도 막아내는 방패막이가 되었거든

당신과 함께 세상
모습을 감추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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