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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사랑3/장시하


1

이별 이후
언제나 한겹 눈물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다
세상은 흐릿하였다
그대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기만 한데……

지독하리만치 그 사람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하고
사랑이 사람을 또 얼마나 아프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지워버려, 잊어버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야 하며
내게 전해주던 충고와 위안들이
내게 더 커다란 아픔이 되고 눈물이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 잊혀지겠지
그러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은……
그러다 한 계절이 바뀌면
잊혀지겠지 자위해 보았다
그 자위의 시간 속에 한 해가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떠나보낼 즈음
나는 그 사람을 떠나 보낸 그 강가에
눈이 펑펑 내리는 밤
나도 펑펑 울고 있었다
야속하기만 한 하늘 아래
그 강물을 바라보며 펑펑 울어야만 했다

서서히 내게 그녀만의 자리가
더욱더 커져만 갔고
그러다가 모든 나의 자리를
그녀에게 내어주어야만 했다
내게 사랑이란 말을 가르쳐주었던 사람
벙어리새가 되어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었다

2

세상 사람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모두가 하는 말처럼
쉽게 잊고
쉽게 쉽게 지워버리고

때론 핑크빛 추억의 아련함으로
때론 카키색 설움의 석고상처럼
때론 순백의 눈꽃처럼
내 영혼을 춤추게 하던 사람 하나
오직 너만을 사랑해야 하는……

언제인지 모를 또 다른 오늘이 오면
오늘의 시를 다시 적고 있겠지
우리 헤어진 그 강가에서
다시 오늘을 그리워하고
다시 오늘을 눈물겨워하겠지
그 그리움과 눈물겨움 속에
내 가슴 깊이 각인된
오직 한 사람 부여잡고
그날 밤
그 강가에 서있겠지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슬픈 가슴 안고
울고 있는 사람이 서있겠지

천년 지나도 변치 않는
화석이 되어
당신 떠나신 그곳에서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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