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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길


“수술을 한다고 해도 생존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만약 수술을 실패한다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고통은 없겠지만
곧 죽을 것입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젊은 부부는 서로에게 슬픈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거실에 걸린 결혼사진을
보자마자 안방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잠그고 그 동안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왜 하필… 왜 하필 나야!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
아내는 벽에 기댄 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남편 또한 눈물을 삼키며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한참 후에야 안방에서 나온 아내는 굳은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자기야, 나 수술할래”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깊은 곳까지 얼어붙은 강물처럼 한 호흡도
내뱉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왠지 아내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는 피곤했던지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쓰러 내리며 아내의
숨결 하나 하나를 자신의 가슴으로 전이하였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밤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길 잃은 퇴색된 잎사귀가 뒹굴
뿐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다음 날, 아내는 수술을 받기 위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대문을 여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땅바닥에는 하트 모양으로 된 종이가 걸음 한 폭의
간격으로 길게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영문도 모른 채 한 걸음, 한 걸음 하트를
밟고 걸어갔습니다.
그 하트는 아내가 수술을 받는 병원까지 이어졌습니다.
하트 길은 남편이 아내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과 용기를 보여주기
위해 밤새도록 종이를 접고 또 접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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