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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화


우리집 전화는 매우 한가합니다.

하루에 두서너 번, 또는 그 이하의 전화가 오고 그만한 횟수의 전화를 걸게 됩니다.

내가 거는 전화나 내게 오는 전화는 ‘지금 눈이 오고
있습니다’ 하는 그런 전화입니다.

전화가 주는 혜택은 받으면서 전화기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스웨스트 아메리칸 여객기를 타고 앉아서
기계 문명을 저주하는 바라문 승려와 같은 사람입니다.

물론 전화가 성가실 때가 많습니다.

한 밤에 걸려오는 전화, 목욕할 때 걸려오는 전화,
독서삼매경에 들어 있을 때 걸려오는 전화,
게다가 그것이 잘못 걸려온 전화라면 화가 아니 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방 화가 가십니다.

불쾌한 상대가 아니라면 잘 못 걸려온 전화라도 그다지 짜증나는 일은 아닙니다.

오늘은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참으로 명랑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하는 신선한 웃음소리는 갑자기 젊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나는 이름 모르는 여성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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