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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 가시기를…


“이게 뭐야.”
“정말 짜증나는 사람들 아니니?”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아침이면 우리 반 이곳저곳에서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바로 토익 시험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토익 시험을 보는데
그 때마다 번거로운 일들을 해야 한다.
먼저 교실을 깨끗이 해야 한다.
청소도 한 번 더 하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해 두어야 한다.

두 번째로 책상을 일렬로 배치한다.
시험 보기 좋은 자리로 배치를 하는 것인데
책상과 책상 간격이 너무 좁다.
언젠가는 미리 책상 배치를 하고 마지막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숨이 막혀서 혼이 났다.
마지막으로 책상보를 깨끗하게 접어서 책상 속에 넣어 두어야 한다.
웬만한 책들은 사물함에 다 넣도록 하기도 하신다.
한 달에 한 번씩. 우리는 그 번거로운 작업을 한다.
문제는 그 작업이 아니다.

깨끗이 치우고 하교를 하지만 토익 시험이 끝난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면 교실 이곳 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험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생각이 없는 사람들 같다.
연필을 깍은 쓰레기를 책상 속에 쏟아 붓거나 열심히 빨아 놓은
책상보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시험 때문에 긴장해서 무심코 한 행동이겠지만
때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제일 친한 친구인 미영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내 자리 이게 뭐야.”
평소에 별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던 미영이인지라
나는 얼른 뛰어갔다. “이것 좀 봐. 이것 좀.”
미영이의 손을 따라가 보니 토요일에 책상 옆 가방걸이에
새로 사서 걸어둔 미영이의 쓰레기봉지가 코푼 휴지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더러운 것을…
미영이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쓰레기 봉지를 묶었고,
나도 달리 위로할 말이 없어 내 자리로 오고 말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복수라도 하듯이 일부러
책상 속을 지저분하게 해 놓기도 하고,
심한 아이들은 ‘스피커 고장이나 나라.’ 하면서
저주(?)의 말을 책상 위에 적어두기도 했다.

나는 아직 당해 보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불평 소리가 커질수록 나도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투덜거리며
책상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책상 속에 손을 집어넣어 보았다.
뭔가 딱딱한 것이 손에 잡혔다.
‘설마~ 내 자리도…’
하는 마음에 나는 더러운 것이라도 만지듯
엄지와 검지 손가락 끝을 이용해
그 물건을 조심스레 꺼냈다.
초콜릿이었다. 그리고 함께 끼워진 쪽지. 조심스레 열어 보았다.
“좋은 자리에 앉아 시험 잘 보고 갑니다.
이 책상 주인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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