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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곳에선…


지금 그 곳에선 피비린내가 풍기지만
나는 밥을 먹는다.

지금 그 곳에선 모래 바람과 화약 연기로 앞을 볼 수 없지만
나는 고운 옷으로 외츨 준비를 한다.

지금 그 곳에선 부모, 남편, 자식을 잃고 울부짖지만
나는 자녀들과 논다.

지금 그 곳에선 물 한방울, 쌀 한톨을 아끼지만
나는 더 좋은 음식을 찾는다.

지금 그 곳에선 피난 행렬이 줄을 잇지만
나는 여행을 한다.

지금 그 곳에선 엄청난 혼돈이 있지만
나는 성경을 읽는다.

지금 그 곳에선 서로의 옮음을 주장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지금 그 곳에선 온갖 예측과 해설이 있으나
단지 스스로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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