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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사람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 중 마지막에 이르러 제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십니다. (눅22장) 일명 최후의 만찬으로 알려진 이 식탁교제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하지만 제자들 중에서는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비장함이 감도는 자리에서조차 제자들은 누가 더 높은 자인지 서열을 다투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기자가 이 때 사용한 다툼의 헬라어 단어는 필로네키아(φιλονεικία)입니다. 이는 필로스(좋아하다)와 네이코스(말다툼)의 합성어로 일상적인 다툼을 뜻합니다. 아마도 제자들이 누가 더 큰 자인지 다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예수님은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였고 이 새로운 나라에서 큰 작위를 받길 원했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세상의 원리를 따르는 나라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 하나님 나라에서 큰 자리를 받는 사람은 낮아지는 자, 다른 사람이 앉아서 먹도록 자신은 서서 섬기는 자입니다. 완전한 역설의 세계입니다.

앉아서 먹는 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 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눅 22:27)

예수님은 말씀으로만 끝내지 않으신 분입니다. 철저하게 스스로 이 삶에 대해 보여주셨습니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말구유에 태어나심부터 마지막으로는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해서 생명까지 내어주시며 섬기셨습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제자들과 예수님은 같은 식탁에 있었지만 서로 추구하는 바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자들을 더 이상 돌보실 수 없는 자리에서 이것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니 예수님의 마음은 참으로 슬프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도 자신을 제자라 칭하지만 동상이몽에 빠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이러한 제자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는 자들입니다. 죽음 이후에는 심판이 있는 것을 믿는 자입니다. 세상에서는 주목을 받고 섬김을 받지 못하는 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가신 길을 그대로 가면 영원한 삶에서는 작은 자가 아닐 것입니다. 마음의 중심을 예수님께 두고 예수님을 위해 형제들을 섬긴다면 반드시 높여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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