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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드러내기


겨울 내내 찬바람을 묵묵히 견디어낸 나무들이 새로운 기운을 돋우려 꿈틀댑니다. 살을 쪼갤만한 날카로운 겨울바람을 이번 겨울에도 너끈히 지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벌거벗어 지낸 까닭입니다.

주섬주섬 가능한 모든 것을 덧입고도 웅크리며 추위를 버티는 우리네 인간들의 눈으로 볼 때는 기적에 가까운 신비로움입니다.

겨울이 더욱 춥고 봄이 쉬이 오지 않는 것은 만물을 지으신 그 분 앞에 낱낱이 우리 자신을 드러내어본 적이 결코 없는 때문입니다.불현듯 상처다 싶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감싸 안습니다.

혹 주변에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은 것이 있으면 손을 뻗어 덕지덕지 상처부위에 바르거나 덮어 씌워 놓고서야 마음을 놓습니다. 감추고 싸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음만을 되풀이 합니다.

좀처럼 상처를 드러내놓거나 쉽게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합니다. 상처가 있다는 것조차 수치스러워합니다.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도 가리고 감추려합니다. 우리의 입술로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고 고백하면서도 오히려 그분에게 더욱 감추려고 합니다.

이 일은 나만 겪는 아픔이라며 깊숙이 끌어당기거나 대충 덮어 버리고 짐짓 모른 체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겪는 아픔보다 더 세밀한 아픔을 먼저 느끼고 계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미 알고 계신 분께 순순히 모든 것을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상처의 흉측함이나 처절한 사연을 굳이 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투명하게 내보이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의 모든 것을 순전히 드러내게 하소서.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같이 드러나느니라. (히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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