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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에 담긴 사랑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사러 들어갔던 내 손에는 어느새 바나나 우유가 들려 있었죠. 내 마음은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조그만 전파상을 하고 계십니다. 20여 년 전의 그날에도 아버지는 전파상 일을 하고 계셨지요. 읍내에서 솜씨 있기로 유명하셨던 덕에 주변 전파상에서 고치지 못한 제품들까지 도맡아 수리하시느라 늘 바쁘셨습니다.

낮에 신나게 놀고 들어온 내가 일찍 잠든 뒤, 어머니는 새벽까지 일하는 아버지께서 행여나 속이 쓰릴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구멍가게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사 오셨습니다.

새벽 두 시쯤 되었을까요. 아버지가 고단한 일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시자 어머니가 바나나 우유를 내밀었습니다. 아버지는 달콤한 바나나 우유를 반쯤 드시다가 인기척에 뒤척이는 내게 나머지 반을 내미셨습니다.

자다 깨서 마신 바나나 우유가 어찌나 맛있던지요. 지금도 그때의 그 맛이 그리워 바나나 우유를 좋아하나 봅니다.

아버지가 반쯤 마시고 남겨 주신 바나나 우유…. 어른이 돼서 마신 바나나 우유의 반은 정말 적은 양이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안고 새벽녘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내가 마음에 걸려 바나나 우유도 하나 다 드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유독 바나나 우유만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나 역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아이에게 바나나 우유조차 반으로 나눠 마실 만큼의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오늘도 전파상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실 아버지.

평소에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 용기 내서 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권택선 / 충북 청주시 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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