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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하늘 아래 있다


‘독립신문’을 만들면서 각 신문마다 다른 표기법을 보고 표기법을 통일하기 위해 한글 연구에 힘쓴 주시경.

그는 우리말과 글의 과학적 체계를 세운 한글 연구의 선구자이다.

그가 ‘상호’라는 이름으로 불린 여덟 살 때였다.

어느 봄날 상호는 서당에서 한가롭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날이 어찌나 맑고 화창한지 상호는 하늘을 아주 가까이에서 올려다보고 싶었다.

동네 산봉우리 중 비교적 높은 덜렁봉에 올라가면 하늘을 만져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내 서당 공부가 끝나고, 상호는 얼른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얘들아, 우리 덜렁봉에 올라가 하늘을 만져 보자!”

평소 동네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난 상호가 하늘을 만질 수 있다고 말하자,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나 산에 올랐다.

얼마 뒤 보리밥을 먹고 산에 오른 아이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붉게 핀 진달래 앞에 멈춰 서서 꽃잎을 따 먹더니, 한 친구가 붉게 물든 입술을 닦으며 “나는 여기서 진달래꽃이나 따 먹을래”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머지 친구들도 산꼭대기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할 수 없이 상호 혼자 가파른 산을 올라갔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 내며 마침내 덜렁봉 꼭대기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본 상호는 새삼 깜짝 놀랐다.

‘이렇게 높이 올라오면 하늘을 만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높은 곳이라 해도 모두 하늘 아래 있구나!’

동네 사람들은 어렸을 적부터 한문을 술술 읽는 상호를 하나같이 신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호는 ‘공부를 조금 잘한다 해도 나는 하늘 아래 있지’라고 생각하며 매사에 겸손했다.

자기 자신의 위치를 헤아릴 줄 알면 자연스레 겸손이 뒤따라온다.

상호는 배움도 하늘처럼 끝이 없다고 여기며 부지런히 공부했는데, 어느 날 뒤돌아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글 연구의 대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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