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때는 모르겠지만 결혼은 상대에 대한 욕심을 크게 만든다
원하고 바라는 것은 점점 커지고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상대에게 실망하고
내 안에 그가 가둬지지 않아 괴로워하고……
이런 욕구들은 불만으로 변해 권태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그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학적 거리라는 것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대상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거리
나는 부부 관계에도 미학적 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부부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맨살 비비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나누는 부부간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싶지만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정말 가끔씩 나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간절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운 좋게 내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 자극 없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일 남편 아이 모두에게서 벗어나 오롯이 내 안에 푹 빠져 쉬고 싶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어딘가에 꼭꼭 숨어버리고 싶을 때……
물론 현실이 발목을 꽁꽁 묶고 있어 늘 꿈만 꿀 때가 많지만
바로 이런 내 심정을 남편이 진심으로 이해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위로를 받은 셈이다
남편이 나와 친구만의 여행을 흔쾌히 승낙해준 적이 있다
그때의 휴식이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삶의 활력으로 작용하니
그는 정말 더없이 큰 배려를 한 셈이다
그후 나도 남편에게 독립적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적으로 알게 됐고
그가 가끔 쉬는 날 하루를 몽땅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고 해도
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스트레스 많은 방송일로 지친 심신을
친구들과 만나 위로 받기를 바라고
격렬한 운동 후 밀려드는 나른함 속에서
가정의 안락함도 만끽하게 하고 싶다
비록 내가 모르는 어떤 일로 시간을 보낸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배우자로 그를 신뢰하고 있으니까
내가 시간이 필요하듯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긴 인생의 경주에서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세 개의 큰 원을 그린다
남편과 아내의 세계가 각각 담겨 있는 원과 원 사이에
예전 수학 시간에 배웠던
튼튼하고 건강한 교집합의 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각각의 원들과 교집합의 원들이 조화를 이루며
때로는 크기를 달리하여도
만족과 이해라는 행복의 균형을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