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키운 아들을 장가들이면서 어머니가 비단 주머니 하나를 주었다.
“어미 생각이 나거든 열어 보려무나.”
신혼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은 문득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저며옴을 느꼈다.
그는 살며시 비단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하얀 종이학들이 조용히 들어 있었다.
그는 한 마리의 종이학을 꺼내어 풀어 보았다.
종이학에는 이런 말이 담아져 있었다.
“아들아, 네 아버지처럼 말을 아껴라.
같은 생각일 때는 ‘당신과 동감’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빙그레 웃음으로 만족과 또는 거부를 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봄비 오는 날 저녁,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그는 두번째로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가만히 종이학을 풀었다.
거기에서 이번에도 어머니의 말이 나왔다.
“아들아, 남의 말을 네가 말할 때보다도 더 정신 기울여 들어라.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네 말을 잘 한것 보다도 효과가 크기도 하다.”
어느 날 에는 아내한테 환멸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는 이날 역시 비단 주머니를 열고서 종이학을 꺼내어 풀어 보았다.
“아들아, 네 마음을 찾아가는 길은 어미한테로 오는 고속도로가 아니다.
고요가 있는 오솔길로 걸어가면서 대화해 보려무나.
너의 너와, 또 네 아네와, 나뭇잎과 산새와 흰구름과 함께.”
마침내 한바탕 부부싸움이 일어났다.
그는 작은방으로 물러가서 비단 주머니를 열어 종이학을 꺼내었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씌여 있었다.
“지금 막 하고 싶은 그 말 한마디를 참으라!”
-생각하는 동화 ‘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