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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첫 동화집을 펴냈습니다.
어느 신문에 그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우표 딱지만하게 났습니다. 그것을 본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축하하는 뜻에서 내가 한턱 내겠네. 얼마치나 사주면 되겠나?”
“글쎄, 비싼 걸 멀고 싶군.”
“좋아, 이따가 퇴근 무렵에 만나세. 그때 생각해서 오게.”
작가는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요즘 고급 집에 가면, 얼마짜리 음식이 있는지를. 두 사람의 음식값으로 5만원에서부터 100만원까지가 나왔습니다.
퇴근길에 친구를 만난 작가는 큰마음 먹고,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최고 비싼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좋아, 가세.”
친구는 선뜻 앞장섰습니다. 그를 따라가며, 작가는 거나하게 먹을 생각에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간 곳은 거리의 포장마차였습니다.
거기서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꼼장어 안주와 소주와 국수를 먹었습니다. 그 값이 기껏 5만원인데, 친구가 계산했습니다.
친구와 헤어져 버스를 타고 가며, 작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허허. 그러면 그렇지! 은행원 짠돌이가 별 수 있겠어.’
사실 작가는 자신이 다니는 출판사에서 첫 동화집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이 잘 팔리지 않아 다른 사원들한테 민망했고, 스스로 좀 우울했습니다.
그럴 즈음 어느 날, 영업 사원이 와서 넌지시 반가운 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며칠 뒤에 영업 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띔해 주었습니다.
“서울 바깥 신도시에서, 하루나 이틀거리로 다섯 권씩 주문이 들어오는데……. 같은 서점은 아니고요.”
“나 원! 감질나서.”
“혹시 아나요. 가랑비에 옷이 젖을지.”
둘은 마주보며 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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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작가가 그 친구의 은행 곁에 지나게 되어, 얼굴이나 한번 볼까하고 들렀습니다.
친구는 손님을 맞아 무얼 설명하느라 바빴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작가는 좀 떨어진 대기 의자에 앉아 몰래 친구를 지켜보는 꼴이 되었습니다. 조금 뒤, 소님이 일어서자 친구가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작가의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물에서 나온 새’-바로 자신의 동화집이었습니다.
이제 막 온 척하며 작가가 다가서자 친구는 서류로 제 앞에 있는 것을 얼른 가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가는 동화집 몇 권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난 뒤였습니다.
‘이 친구, 정말!’
그 순간에 작가의 머리에는 번개가 번쩍했습니다.
친구는 그 동화책을 사서 고객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인데, 한번 읽어보세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뜻밖의 선물을 받은 고객들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하여튼 친구는 꼭 100만원어치를 이렇게 팔아 주었습니다.
그 여섯 달쯤 뒤에 놀랍게도 동화집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국에서 주문이 몰려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