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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인간심리에 미치는영향


글, 이관직 (전 총신신대원 상담학교수, 현 미국 남침례신학교 겸임교수)

대량실직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회사의 상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에 대해서 현대상선이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수고했어, 정말 잘했어’ (37%), ‘역시 당신이야, 자네가 한 일이니 틀림없겠지’ (25%), ‘일없으면 일찍 퇴근해’ (18%), ‘요즘 많이 힘들지’ (15%), ‘우리 함께 해결해보자’ (5%)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 TV에서 칭찬할만한 사람을 릴레이식으로 찾아내어 상품도 주고 그 선행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힘든 IMF 시대에서 칭찬은 신자와 불신자를 불문하고 격려해주고 지탱시켜주는 좋은 강장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칭찬이라는 영어단어 ‘praise’는 인간에게도 사용되며 하나님에게도 사용되어지는 단어이다. 인간에게 사용되어질 때에는 ‘칭찬’이라는 단어로 사용되며 하나님에게 사용될 때에는 ‘칭송,’ ‘찬양,’ 혹은 ‘찬송’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님은 ‘찬양받으시기에 합당하신 (praiseworthy)’ 분이시지만 사실상 인간은 경배의 대상으로서 ‘칭찬받기에 합당한’ 존재는 아니다. 죄로 타락한 죄성을 가진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사랑하시고 칭찬하시며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나의 택한 야곱아,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아.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사41:8-10)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보시는 인간이해의 관점에서 볼 때 칭찬과 격려는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요소임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적인 관점의 칭찬은 ‘조건적인’ 칭찬이며 행함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칭찬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의 칭찬은 ‘무조건적인’ 것이며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1. 말의 힘과 칭찬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말은 마치 땅에 뿌려진 씨와 같이 때가 되면 그 열매를 거두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말은 생산적인 힘도 있으며 파괴적인 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야고보서에서는 말의 파괴적인 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혀도 작은 지체로되 큰 것을 자랑하도다 보라 어떻게 작은 불이 어떻게 많은 나무를 태우는가’ (3:5).

고려대 김완선은 그녀의 석사논문에서 초등학교 3, 4학년 2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데 27.7%가 심한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부모가 자신을 꾸짖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들 중에서 31%는 가출하고 싶을 정도로, 27%는 죽고 싶을 정도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대답하였다. 자주 듣는 말로는 ‘집안의 골치덩어리’ (23%), ‘너만 없으면 속이 편하겠다’ (20%), ‘너같은 자식 둔 적이 없다’ (18%), ‘괜히 낳았다’ (18%)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말은 이와같이 삶에 파괴적인 힘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언어적인 폭력은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반대로 어려운 가정환경 가운데 자라나는 아이들 중에 학교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새겨질 때 평생에 잊혀지지 않고 힘이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와 같은 경우를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명인들 중에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던 선생님을 찾는 모습 속에서 볼 수 있다.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을 ‘성인아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현대인들이 이 성인아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성인아이들은 내면적으로 심리적으로 여전히 유년기적인 삶의 이슈와 더불어 갈등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칭찬과 인정보다는 야단, 꾸중, 무시를 받고 자란 사람들이다. 따라서 적절한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성장함으로써 건강한 자존감을 갖춘 성인다운 성인이 많지 않은 현대 사회 속에서 칭찬하는 말과 인정하는 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MF 시대 속에서 갈등하는 한국의 많은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여전히 채워지지 못한 칭찬의 잔에 물을 채우는 것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칭찬은 치유적인 힘을 갖고 있다.

  1. 칭찬의 심리학적 이해

칭찬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할 때 가장 도움을 주는 이론이 있다면 교류분석법 (Transactional Analysis, 줄여서 TA라고 부름)이다. 그 이론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인 에릭 번은 모든 인간은 어루만짐을 받고 (being touched) 인정받고자 (being recognized) 하는 생물적이며 심리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같은 욕구를 ‘갈망 (hungers)’이라고 표현하였다. 이같은 접촉과 인정을 ‘스트로크 (strokes)’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실제로 신체적인 접촉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따스한 말한마디, 관심있게 바라보는 것, 관심있는 몸짓 등을 포함하는 인정의 상징적인 표현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같은 여러 형태의 스트로크를 받기 위하여 애쓴다고 교류분석학자들은 본다.

이같은 스트로크의 중요성은 특히 유아기와 유년기, 청소년기에 더욱 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아의 경우, 아기를 키울 때 적절하게 안아주고 접촉해주지 않으면 그 아기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죽기도 한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스트로크의 역할을 하는 인정과 관심, 칭찬이 더욱 필요하다. 이같은 스트로크들은 아이가 자라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영양소들 중에서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말할 수 있다.

교류분석이론에서는 긍정적인 스트로크는 감정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고 본다. 스트로크가 긍정적일 때에는 칭찬을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으며, 살아있다는 것이 기쁘고, 자신이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고 본다. 따라서 ‘I’m OK, You’re OK’와 같은 입장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칭찬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또다른 이론은 행동주의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할 때 자극과 결과의 구도로 이해하려고 한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극을 주면 된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칭찬을 하게 되면 동기부여가 되어 칭찬받을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서 또 칭찬을 하게 되면 그 칭찬받을 행동은 긍정적으로 강화작용을 일으켜 계속 칭찬받을 행동을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이해는 인간을 너무 동물적이며 기계적으로 이해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특히 어른들보다는 아동들에게 칭찬받을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서 토큰제도를 도입하거나 모범어린이 표창, 혹은 성적우수상과 같은 보상을 칭찬으로서 주게 될 때 자주 효과적임을 보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읽고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학점과 더불어 칭찬하는 피이드백을 하곤 하는데 그러면 그 학생들은 다음부터 더 열심히 과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본다.

  1. 칭찬의 방법

스트로크로서의 칭찬은 직접적이며, 구체적이며, 적합하며, 진실하며, 반복적이며, 시의 적절하게 할 때 효과적이다.

첫째, 칭찬은 직접적일 때 효과적이다. 물론 성인들의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어린 연령층일수록 칭찬은 직접 그들의 귀에 들려주어야 효과적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칭찬하게 될 때 그 효과는 커진다.

둘째, 칭찬은 구체적일 때 효과적이다. 두리뭉실하게 칭찬하면 그것은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다. 예를 들면 목회자가 어떤 교인을 칭찬할 때 ‘나는 김집사님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김집사님, 매주일 주일학교 시간에 늦지 않고 열심히 봉사하시는 것을 보면 제가 도전을 받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구체적인 칭찬이 될 것이다.

셋째, 칭찬은 적합하여야 효과적이다. 칭찬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거나 혹은 너무 과장된 칭찬일 때 그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적이 된다.

넷째, 칭찬은 진실한 것일 때 효과적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은 칭찬받는 사람에게 격려가 되며 위로가 되는 치유적인 힘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고 입술에 발린 칭찬을 하면 그것은 오히려 칭찬하는 사람도 칭찬받는 사람도 병리적이 될 수 있다. 진실하지 못한 칭찬은 상대방에게 오히려 실제와는 다른 허상을 형성하게 할 수 있고 자기도취적인 자기이미지를 형성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특히 권위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밑에 있는 사람들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칭찬하고 영웅시하게 될 때 그것은 병리적인 칭찬이 된다. 특히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칭찬해줄 사람들을 늘 찾으며, 칭찬받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분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같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아래 위치한 사람들이 자기를 띄워줄 때 으쓱거리며 기분좋아하며, 칭찬에 중독되어 칭찬을 받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화자찬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보게 된다. 자신을 과대포장하여 인식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며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병리적인 사람들이다.

다섯째, 칭찬은 반복적일 때 효과적이다. 한 번 칭찬을 듣는 것보다는 여러차례 칭찬을 듣게 될 때 그 칭찬을 ‘아멘’하고 수용해들이기에 쉽다. 만약 아이들에게 한 번만 칭찬해주고 이젠 됐다 싶어 칭찬해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인격이 성장하는데 심리적인 영양분으로 매우 부족하게 될 것이다. 화초를 키울 때에도 화초의 흙이 마를 즈음에 다시 물을 부어주는 것처럼 특히 인격의 형성기에 칭찬은 반복적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 사람이 칭찬하는 것보다는 같은 내용의 칭찬을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긍정적인 피이드백으로서 주게 될 때 그 효과는 커진다.

마지막으로, 칭찬은 시의 적절할 때 효과적이다.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 하며 칭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칭찬을 하게 될 때 효과적이다. 약을 먹을 때에도 보통 식후 30분후에 먹게 되는데 가장 적절한 시기에 칭찬을 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따라서 같은 수준의 칭찬이라고 할지라도 인격의 형성기에 칭찬을 해줄 때의 효과와 어른이 된 후에 칭찬을 받을 때의 효과는 차이가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발육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았을 때에는 신체적인 발육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만, 성장이 멈춘 상태가 된 성인기에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키가 더 이상 크지 않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다. 지탱시켜주고 건강성을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외부적으로 나타날 만큼의 효과는 없는 것이다. 물론 심리적인 발육이 채 되지 않은 성인아이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칭찬의 효과는 성인기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사람들 중에는 칭찬받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고 잘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칭찬을 잘 듣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타인들로부터 칭찬을 받게 될 대 그대로 수용하기가 힘들며 심지어는 사람들이 괜히 자신을 놀린다고 왜곡된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신뢰하는 관계가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칭찬이라는 치료약이 투여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에게 맞게 처방되어야 할 것이다.

  1. 칭찬과 성도의 삶

칭찬은 전인격적인 삶에 영향을 끼친다. 칭찬을 받게 되면 자신감을 갖게 되며, 삶의 의욕이 생겨나며, 사고작용이 활발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며, 가족을 포함하는 대인관계에서 원만해지며, 영적인 삶에서도 활기가 넘치게 된다. 칭찬은 칭찬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채 인식하고 있지 못하던 자신의 장점들에 대하여 인식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게끔하는 큰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역으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상사로부터 혹은 배우자로부터 칭찬보다는 야단을 맞거나 소위 바가지를 긁힐 때에는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깨가 축 늘어지게 되며 삶의 의욕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고했어요’ ‘얼마나 힘들었어요’ ‘당신이 최고에요’ ‘아빠 힘내세요’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을 택할 거에요’와 같은 말은 보약과 같아서 기운을 차리게 하며 최소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버터내게끔하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칭찬은 인간의 삶에 심리적으로 영양소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생성시키는 엔진에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로서로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며, 칭찬해줄 때 감사함으로 받을 줄도 알게 될 때 이땅에서의 우리의 삶은 보다 활기있는 삶이 될 것이다. 성도들은 칭찬받기 위해서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해서 예기치 않게, 칭찬을 은혜로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우리에게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라고 은혜로 칭찬하실 그분을 기다리며 칭찬하는 삶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되자.

  • 글, 이관직 (전 총신신대원 상담학교수, 현 미국 남침례신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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