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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실론 자의 기도


이 어령 전문화부 장관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저 별을 만드실 때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때 고통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이 작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 코피보다 진한 후회와 발톱보다도 더 무감각한 망각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하나님은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떨리는 몸짓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 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 알만한 별 하나만이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이 가슴속 암흑의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신다면 가장 향기로운 초원에 구름처럼 희고 탐스러운 새끼 양 한 마리를 길러 모든 사람이 잠든 틈에 내 가난한 제단을 꾸미겠나 이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 손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교토에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중앙일보 고문인 필자가 지난 성탄절쯤에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에게 보낸 기도문의 전문이다.

지금 일본 교토에서 연구 생활 중에 있으며 저서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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