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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목요일 새벽, 식탁 위 어제의 빵 부스러기 — 떡 뗐던 자리에 남는 작은 흔적들

sangkist

오월 목요일 새벽 다섯 시 반, 잠이 어슴푸레 풀린 손으로 부엌의 작은 불을 켰을 때, 식탁 위에는 어제 저녁의 빵 부스러기 몇 점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두고 간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새벽까지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아서 그렇게 가만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제는 모처럼 식구가 둘러앉아 빵을 떼었고, 김이 오르던 수프 그릇 곁에서 우리는 짧은 식전 기도를 드렸다. 그날의 떡떼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작은 흔적 — 부스러기 — 만이 새벽까지 남아 있었다.

식탁 위에 남은 빵 부스러기와 아침 햇살
어제의 식탁 위에 남은 작은 흔적들 — 부스러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있다.

손가락 끝으로 그 부스러기 한 점을 가만히 만져보니, 표면이 살짝 굳어 있었다. 어제까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웠을 빵의 안쪽이, 식탁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룻밤 사이 작고 단단해진 것이다. 식탁 위의 그 작은 굳어짐을 보고 있으니, 문득 우리의 신앙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뜨거운 은혜는 지금 손 안에 그대로 남아 있지 않다. 그날 받았던 빛, 그날 흘렸던 눈물, 그날의 결심 — 그것들은 시간 속에서 조용히 굳고, 작아지고, 부스러진다. 그러나 부스러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식탁 위에 있다. 그것은 여전히 빵의 한 조각이다.

나는 그 부스러기를 황급히 쓸어내지 않기로 했다. 오월의 새벽 공기 속에 가만히 두고, 그 곁에 잠시 앉아 보기로 했다. 부스러기 곁에 앉는 일은 어쩌면 아주 작은 영성의 훈련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저 어제의 떡떼는 자리에 남은 작은 흔적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 마태복음 26:26

성찬의 자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떡을 떼는 일은 단지 식사가 아니라 기억의 행위였다. 주님은 자신의 몸을 떼어 우리에게 주셨고, 우리는 그 떡을 받아 먹으며 그분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나 떡을 떼는 그 손은 늘 깨끗하지 않다. 우리의 손은 작은 부스러기들을 흘리며 떡을 뗀다. 식탁 위에 흩어진 부스러기는 어찌 보면 우리 신앙의 부족함을 닮아 있고, 동시에 그 부족함 그대로 흩어진 자리에까지 머무신 주님의 친밀함을 닮아 있다. 깨끗하게 떼어진 떡 위에만 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흘려진 부스러기까지 거두어 주시는 손길 안에 은혜가 있다.

나무 식탁 위 빵과 차분한 아침 빛
떡을 떼던 식탁 — 떼어진 자리에는 늘 작은 흔적이 남는다.

부엌 창문을 열었다. 오월의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멀리서 들리는 첫 청소차 소리만이 어둠을 흔들고 있었다. 식탁 곁에 앉아 부스러기 위로 새벽 빛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빛이 부스러기를 새 것으로 바꾸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부스러기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빛은 가장 작은 것 위에도 똑같이 내려앉는다. 그 단단하고 부서진 조각 위에도 빛은 그늘 없이 내려앉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신앙은 큰 사건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큰 헌신의 결단, 큰 회심의 순간, 큰 부흥의 자리는 신앙의 골격을 만들어 주지만, 그 골격 사이의 살은 매일의 작은 흔적들이다. 어제의 식탁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어 드렸던 한 줄 기도, 누군가의 안부를 묻던 짧은 통화, 늦은 밤 잠들기 직전에 떠올렸던 마음의 한 자락 — 그것들은 부스러기처럼 작고, 부스러기처럼 흩어지고, 부스러기처럼 잊혀지지만, 우리의 영혼은 정확히 그런 부스러기들의 더미 위에서 자란다.

이런 새벽이면 자주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오병이어의 자리에서 주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일은 떡을 더 만드시는 일이 아니라, 거두고 남은 부스러기를 거두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흩어진 자리,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작은 조각들 위로 주님은 다시 한 번 손을 내미셨다. 큰 기적의 자리만이 아니라, 기적이 지나간 자리의 부스러기까지 헛되이 두지 않으셨던 그 손길.

거두고 남은 부스러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더라

— 요한복음 6:13

갓 구운 빵 한 덩이가 놓인 조용한 주방
조용한 부엌 — 떡을 떼는 자리는 곧 기억하는 자리다.

나는 손바닥 위에 부스러기 몇 점을 가만히 모아 보았다. 손금 사이로 마른 가루가 살짝 흘러내렸다. 그 작은 흔적들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식탁 한쪽 빈 접시 위에 옮겨 놓았다. 다 마시지 못한 어제의 차 한 잔, 그 곁에 놓인 작은 접시 위로 부스러기는 다시 모였다. 사라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고, 한 자리에 가지런히 놓였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 안쪽 어딘가에서 한 마디 기도가 새어 나왔다. 주님, 우리의 흩어진 부스러기들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 주십시오. 너무 작아서 잊고 있던 어제의 작은 흔적들, 너무 빨라서 지나쳤던 작은 친절들, 너무 부끄러워 묻어 둔 작은 후회들까지도 —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당신의 손에 모아 주십시오.

오월의 새벽이 점점 푸르러진다. 빵 부스러기 위로 닿는 빛이 조금씩 짙어지고, 한 마디 기도가 입술에서 새어 나온다. 주님, 오늘 하루 우리의 식탁에 떨어질 모든 작은 흔적 위에도 동일한 빛으로 머물러 주십시오. 그것이 부스러기로 남을지라도, 부스러기조차 헛되이 두지 않으셨던 그 손길로 우리를 다시 모아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오늘 누구의 식탁 곁에 앉아 떡을 떼게 되든, 그 자리에 남는 부스러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시고, 그 부스러기 위로도 거두어 주실 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소서.

식탁 위에 빵 부스러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동안 그대로 두기로 한다. 큰 식사는 끝났지만, 식탁 곁에 머무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제의 빵이 남긴 그 작은 흔적이 오늘의 새벽 안에 조용히 머무는 동안, 나는 아주 천천히 오늘의 첫 호흡을 들이쉰다. 그것으로 오월의 한 아침을 다시 한 번 받아 들기로 한다.

그 짧은 새벽이 지나, 식구들이 하나둘 부엌으로 들어왔다. 잠이 덜 깬 얼굴들,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로 의자를 끄는 소리, 따끈한 물이 잔에 떨어지는 소리. 누구도 식탁 위에 남은 어제의 부스러기를 흠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첫째가 손가락 끝으로 부스러기 한 점을 가만히 만지더니, “어제 그 빵이었지” 하고 짧게 말했다. 그 한 마디가 어쩌면 새벽 내내 내가 떠올리려 했던 모든 묵상의 결론이었다. 어제의 떡떼는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부스러기로, 짧은 한 마디로, 그리고 다시 둘러앉은 오늘 아침의 식탁으로 이어진다. 식탁 위의 작은 흔적 위에 오월의 새 빛이 가만히 머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