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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다섯째 날 저녁 창가에 내리는 빗소리 속에 천천히 펼쳐 든 야고보서 — 온갖 좋은 은사가 위로부터 내려온다는 한 줄에 오래 머문 영성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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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싶을 때, 저는 일부러 창문 옆에 의자를 끌어다 놓습니다. 오늘 저녁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여섯 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가느다란 빗줄기가 창유리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른 땅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거칠고 급했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자 빗소리는 점점 부드럽고 규칙적인 리듬을 찾아갔습니다. 마치 오래된 찬송가 한 곡이 조용히 흘러나오는 것처럼.

유월 저녁 창가에 내리는 빗소리

저는 그날 아침부터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마음 위에 쌓여 있었고, 기도도 막혔고, 성경도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광펜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신앙 생활 중에 가장 솔직한 고백은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말씀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 고백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조금씩 배웠습니다.

그런데 빗소리가 시작되자 신기하게도 손이 움직였습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성경을 집어 들었고, 펼쳐진 곳이 야고보서였습니다. 이미 수십 번 읽었을 본문인데, 오늘은 1장 17절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 야고보서 1장 17절

“위로부터 내려오나니.”

그 구절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바깥에서는 빗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있었고, 성경 안에서는 모든 선물이 위로부터 내려온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겹침이었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보아라,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보낸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여러 번 되뇌었습니다. 오늘 무거웠던 마음의 상당 부분은, 사실 제가 뭔가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 같을 때,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침묵을 부재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야고보는 아주 명쾌하게 말합니다. 좋은 것은, 온전한 것은, 모두 위로부터 내려온다고. 그리고 그 아버지는 변함이 없다고. 내가 느끼는 감정의 거리감이 하나님의 실제 거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변함이 없으시다.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다. 저는 가끔 하나님이 어떤 날은 가까이 계신 것 같고, 어떤 날은 멀리 느껴진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그것이 착각임을 일깨워 줍니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제 마음의 거리감이 하나님을 멀게 느끼게 했던 것뿐이었습니다.

빗소리는 그사이 더욱 잦아들었습니다. 처음의 거친 급함이 사라지고, 이제는 마치 자장가처럼 조용하고 일정한 소리만 남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이 감겼고,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그 소리에 몸을 맡겼습니다. 일상의 소음들, 할 일들의 목록들, 답하지 못한 연락들이 잠시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조용한 시간 펼쳐진 성경책

그때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빗소리도 내가 보낸 것이다. 이 저녁의 고요함도 내가 준 것이다. 너는 지금 내가 주는 선물 안에 앉아 있다.” 저는 그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특별히 슬픈 것도, 특별히 감격적인 것도 없었는데, 그냥 마음 어딘가가 조금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때로는 큰 은혜, 극적인 기적, 뜨거운 성령의 체험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유월의 저녁 빗소리 하나에서, 1절짜리 성경 구절 하나에서, 하나님이 여전히 위로부터 선물을 보내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은, 은혜가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비가 오지 않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의 감각이 둔해졌거나 다른 소리들에 묻혀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신앙의 감각을 되살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것처럼,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것. 그 고요 속에서 하나님은 이미 말씀하고 계십니다. 야고보서의 그 한 절은 오늘 저에게 조용한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창가의 의자 하나와, 빗소리가 만들어 준 고요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위로부터 선물을 내려보내고 계십니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고요함을 갖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저녁 이 일기가, 저 자신을 위한 기억이자, 언젠가 비슷한 저녁에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위한 작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도 하늘 아버지는 위로부터 선물을 내려보내 주실 것입니다. 그 선물을 놓치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오늘 빗소리 속에서 조용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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