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벌써 닷새가 지났습니다. 한 해의 절반이 손끝을 스치듯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 기도 제목들, 다짐들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사람은 흔히 한 해가 끝날 때만 돌아봅니다. 12월의 마지막 날에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첫날에 새 결심을 세웁니다. 그러나 유월은 달력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절반을 지나오는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추고, 지나온 반년을 돌아보며 감사를 드리는 것은 신앙인의 아름다운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시편 107편은 감사의 시편 중 하나입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다양한 고난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길을 잃었던 이들, 어둠과 철창에 갇혔던 이들, 바다의 폭풍 속에서 두려워했던 이들 — 그 모든 이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들으셨고, 건지셨습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여호와께 구속함을 받은 자들은 이같이 말할지어다.
— 시편 107편 1-2절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이 고백은 단순한 찬양이 아닙니다. 실제로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그 인자하심은 ‘영원하다’고 노래합니다. 지난 반년 동안 내가 경험한 어려움과 기쁨, 실패와 회복, 그 모든 과정 안에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흐르고 있었다는 고백입니다.

돌아보면 지난 다섯 달 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감사로 가득했고, 어떤 날은 무거운 마음으로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떤 기도는 이미 응답이 되었고, 어떤 기도는 아직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모든 날들을 통과하면서 제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은혜입니다.
감사는 상황이 좋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편 107편의 감사는 고난의 자리에서 건짐을 받은 이들의 감사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상반기에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그것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의 이유입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다면, 그 일어남이 하나님의 손길이었습니다.

유월의 오후 빛이 창으로 들어오는 지금, 저는 조용히 손을 모읍니다. 지난 다섯 달의 달력을 천천히 넘겨보며, 기억나는 날들 하나하나에 감사를 붙여 봅니다. 건강했던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날, 좋은 소식을 들었던 날, 그리고 힘들었지만 버텼던 날. 그 모든 날들이 하나님의 인자하심 안에 있었습니다.
한 해의 나머지 절반도,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함께하실 것을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감사를 고백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믿음으로 걸어가겠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오늘 유월의 오후, 이 한 구절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서도 오늘 하루, 지나온 반년을 돌아보며 작은 감사 하나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 작은 감사가 모여, 남은 한 해를 빛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