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당신 앞에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내 육신의 눈을 감고
내 마음의 눈도 감고, 조용히 잠자코
나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당신께 나 자신을 드러내놓고
영원히 현존해 계시는 주님 앞에 있는 것 만으로 족합니다.
주여, 무언가를 느끼지 못해도
무언가를 보지 못해도
무언가를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든 생각이 날아가 텅 비어 있어도
모든 형상이 뭉개져도
나는 칠흙같은 어둠 한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보소서. 주여, 나는
어떤 방해도 없는 신앙의 고요속에서
지금 당신을 만나기 위해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주여,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이미 홀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주여, 나는 무리중의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내안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들과 만났으며,
그들은 내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나를 번민케 하고
나를 괴롭힙니다.
주여, 그래도 나는 그들이 하는대로 내버려두어
그들 마음대로 먹고 쉬게 하였습니다.
나, 주님앞에 나아갈 때 그들과 함께 나아가고
나, 주님앞에 자신을 드러내 보일 때 그들도 함께
당신께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나는 여기에, 그들도 여기에
주여, 당신 앞에 이렇게 서 있습니다.
– 미쉘 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