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고 싶은 여성의 편지가 있습니다.
아베라드에게 보낸 에로이즈의 편지,
예이츠에게 한테 보낸 모오드곤의 편지,
靑馬 유치환씨에게 보낸 이영도 여사의 편지,
보존된 것은 없으나 황진이의 편지. 그런 것들입니다.
여기에 이런 편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 내가 쓴 제4의 편지입니다.
(다른 석 장은 찢어버렸습니다만 이것은 부칠
작정입니다.) 이 편지도 쉬 받으시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전편 편지 답장이 오기 전에는
이 편지를 부치지 않을테니까요.
배달부는 거북이예요. 아주 미운 거북이예요.
내가 가진 돈을 다 털어서 긴긴 전보를 치고 싶습니다.
정신 분석은 하지 마세요.
어젯밤은 창을 열어 놓고 잤습니다.
여기의 공기는 과실과 같습니다. 약보다 낫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숲과 들과 산과 자갈 깔린 저 해안을 거닐고 싶습니다.
때로는 얇은 스웨이드 장갑을 끼도 도시에 가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카페에 앉아서 오래오래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인정이 있고, 언제나 배우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며 자기가 주인공인 양 좋아하는
그런 어리석은 사나이는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존 미들톤 머리가 아니라도
캐스린 맨스필드의 이 편지를 즐겨 읽습니다.
그리고 인기 배우나 탈랜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