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깊은 밤처럼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그저 어두워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벽 세 시, 눈을 뜨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절망이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빛이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흔들리는 상태였습니다. 내일이 오더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무거운 예감이 온몸을 감싸는 그 상태.

그해 겨울, 나는 오랫동안 기도하던 일들이 하나씩 어그러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찾아왔을 때, 나는 처음으로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듣고 계시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오랫동안 믿어온 것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에서는 늘 “믿음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시련이 올수록 더 기도하고, 더 말씀을 읽고, 더 예배에 나아가라고 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겨울, 나는 그 모든 것을 할 힘조차 없었습니다. 믿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기도도 나오지 않았고, 찬양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성경을 펴면 글자가 보이기는 했지만 가슴에 닿지 않았습니다.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나를 떠나신 것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염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 시편 30:5
이 말씀을 만난 것은 그 겨울의 끝자락이었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아직 어두운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어제의 어둠이 지나갔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저녁에 울음이 깃들었지만, 아침이 왔습니다. 하나님은 빛을 다시 보내셨습니다. 그때 시편 30편 5절 말씀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왔습니다.
이 시편은 다윗이 고난에서 회복된 후 드린 감사의 노래입니다. 다윗은 교만함으로 인해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고, 그 가운데 깊은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응답하셨습니다. 다윗은 그 경험에서 이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잠깐이지만, 그분의 은총은 우리 평생을 덮는다는 것. 저녁의 울음은 반드시 아침의 기쁨으로 바뀐다는 것.

절망의 시간은 가르쳐 줍니다. 내가 가진 신앙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환경이 좋을 때의 찬양과 모든 것이 흔들릴 때의 침묵 — 그 침묵 속에서도 “그래도 하나님이 계신다”는 희미한 실마리를 붙드는 것. 그것이 더 깊은 신앙일지 모릅니다. 기도가 나오지 않아 그냥 “주님…”하고 말을 멈추는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만나 주십니다. 완성된 문장이 아닌 끊어진 탄성에도 그분은 응답하십니다.
새벽을 가르는 빛은 한순간에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밝아옵니다. 먼저 하늘의 가장자리가 희끄무레해지고, 그 다음엔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고, 마침내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찹니다. 하나님의 회복도 그렇습니다.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조금 더 잘 자게 되고, 어느 날 오랜만에 밥맛이 돌아오고, 어느 날 찬양 한 구절에 눈물이 나옵니다.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빛은 찾아옵니다.
그 겨울을 지나 지금 나는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함께 계셨습니다. 내 울음 소리를 들으셨고, 내 두려움을 아셨으며, 내가 바닥을 치던 그 자리에서도 조용히 손을 내밀고 계셨습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당장 알아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빛은 오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도 지금 저녁이라면, 아침이 옵니다. 이것은 막연한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그러합니다. 울음이 있는 그 밤을 하나님은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반드시 아침을 보내십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하늘 가장자리 어딘가에서 이미 빛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빛을 향해 오늘 하루도 한 걸음을 내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새벽을 가르는 빛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절망의 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납니다. 그 빛이 당신의 밤을 환하게 물들이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것은 때로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이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하나님이 좋은 분이라면 왜 이 눈물이 그치지 않는가. 이 질문들은 신앙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은 하나님과 진지하게 씨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성경의 욥도 같은 질문을 했고, 예레미야도 같은 탄식을 했으며, 시편의 많은 노래들이 이 고통의 자리에서 쓰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그 질문 자체가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진리가 있습니다. 절망의 시간은 우리를 정직하게 만듭니다. 모든 것이 잘 될 때에는 내 힘으로 버티는 것인지,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밑바닥에 닿았을 때,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저 “주님” 한 마디밖에 남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신앙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것은 환경이 아닌 하나님 자신을 붙드는 것입니다. 응답이 아닌 하나님 자체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쩌면 오랜 기도가 응답되지 않아 지쳐 있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혹은 믿음으로 내디딘 발걸음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당황하고 계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그저 이유도 모른 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 글이 그 자리에서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저녁은 지금 깊을지 몰라도, 하나님은 이미 당신의 아침을 준비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