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갑작스러운 흔들림이 찾아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 오랫동안 쌓아온 무언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 혹은 그저 이유 없이 찾아오는 깊은 무기력감. 그런 순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붙잡으려 합니다. 단단한 것, 변하지 않는 것, 나를 잡아 줄 무언가를 찾습니다. 그 손길이 어디에도 닿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어 봐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밤 말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주말 시장 구경을 나갔다가 인파 속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의 공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합니다. 낯선 어른들의 다리 사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홀로 서 있던 그 아이의 당혹감과 두려움.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종종 그런 공포를 느낍니다. 삶이라는 시장 한복판에서, 붙잡을 것 하나 없이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그 막막함.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그런데 그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아버지의 손을 놓쳤다고 울먹이며 두리번거리던 바로 그때, 아버지는 이미 내 어깨를 붙들고 서 계셨습니다. 나는 손을 놓쳤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나를 잃어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손을 놓쳤다고 두려워할 때,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더 단단히 붙들고 계십니다. 우리의 공포가 하나님의 사랑을 취소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흔들림이 그분의 붙드심을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
— 이사야 41:13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한참을 멈추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내가 네 손을 잡겠다”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잡고 있다”고 하십니다.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입니다. 두려움이 밀려올 그 순간에도, 나의 오른손은 이미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이 사실이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느껴지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감각보다 먼저 진실을 붙드는 것입니다.
이사야 41장의 배경은 포로기를 앞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그들은 강대국 바빌론에 의해 나라를 잃고, 낯선 땅으로 끌려갈 운명 앞에 서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극에 달한 그 순간,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네 오른손을 붙들고 있다”고 하십니다. 오른손은 히브리 문화에서 힘과 능력의 상징입니다. 하나님이 그 오른손을 직접 붙드신다는 것은, 당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하나님이 친히 붙드신다는 선언입니다.
신앙은 종종 거대한 결단이나 극적인 체험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극적인 회심, 불기둥과 구름기둥, 죽은 자의 부활. 이런 이야기들이 신앙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는 왠지 신앙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하나님은 극적인 장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상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실제의 신앙생활은 대부분 작고 조용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 하루도 주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라는 작은 신뢰, 두려운 일이 앞에 있어도 손을 펼쳐 위로 드는 그 작은 몸짓, 잠들기 전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짧은 기도. 그것이 신앙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의 작은 신뢰가 모여 깊은 신앙을 만들어 갑니다.
흔들리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안정을 원하고, 확실함을 원하고, 무언가를 단단히 붙들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방식은 종종 우리의 기대와 다릅니다. 바람이 불게 두시되, 뿌리를 더 깊이 내리게 하십니다. 흔들리게 두시되, 결코 쓰러지지 않도록 붙드십니다. 때로는 폭풍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안에 하나님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계신지를 드러내는 시간이 됩니다. 나무가 폭풍에 흔들릴 때 뿌리가 더 단단해지듯, 인생의 폭풍은 때로 우리의 신앙을 더 깊게 합니다.
나는 한동안 어려운 시간을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오래 준비하던 일들이 연달아 무너졌습니다. 기도를 드려도 하늘이 닫힌 것처럼 느껴지던 날들, 찬양을 드리려 해도 입이 열리지 않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대답이 오는 데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의 시간이 끝났을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한 번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나는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이미 내 손을 붙들고 있던 그 손길을 미처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당신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이 말씀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오른손을 붙들고 계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빈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 당신에게 친히 건네시는 말씀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당신의 눈물을 아시고, 당신의 두려움을 다 아시는 분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그 손을 경험하시기를 바랍니다. 흔들리는 중에도, 넘어지는 것 같아도, 그분의 손은 여전히 당신의 손을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가 붙드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붙드십니다. 그것이 복음의 핵심이며, 흔들리는 모든 날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내 삶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두 손을 펼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여기 있어요. 잡아 주세요.” 그러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미 잡고 있단다.” 그 목소리가 때로는 말씀 한 구절로, 때로는 옆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때로는 새벽 창문을 가득 채우는 빛으로 찾아옵니다. 오늘 하루, 그 손에 잡혀 있기를 기도합니다.
신앙은 결국 관계입니다. 그분이 나를 알고, 내가 그분을 알아가는 관계. 그 관계 안에서 우리의 손은 항상 그분의 손 안에 있습니다. 오늘도 그 관계 안에서, 흔들리지만 붙들린 채로, 한 걸음씩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