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 5:43-44)
산 밑에서 올려다보는 산 정상은 너무 멀고 가파른 곳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포기하고픈 심정이 듭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그러한 산 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옛적, 율법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 법은 그 당대를 뛰어넘는 관용과 자비를 내포한 것이었지요. 함무라비법전에서는 자유인들의 법이었던 것을 율법은 노예들에게 적용함으로써 무자비한 보복을 막았으니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보복은커녕, 오른편 뺨을 치는 사람에게 왼편 뺨을 돌려대고(마5:39)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내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일에도 종종 걸려 넘어지는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은 너무 높고 고상한 이상이 아닐까, 악과 거짓, 폭력이 흉포하게 증식해가는 오늘날을 살아가기엔 너무 순진하거나 무력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더 분명한 것은, 악은 악을 다스리거나 잠재울 수 없고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미움과 증오가 폭력과 전쟁, 파멸로 번식되는 악순환의 궤도는 저절로 커집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보복하지 말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은 사랑이라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보복과 증오를 부추기는 세상에서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할 그날그날의 산길인 것입니다. 그날 그날의 산길을 오르는 사람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미움과 폭력의 고리를 끊는 사랑의 길을 매일 오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