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빚쟁이


기마유목민족인 북쪽오랑캐의 빚에 대한 기록을 보면 끔찍하게
이를 데 없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부채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1. 코나 성기같은 하나만 있는 육체부위를 절단하는 중(重)형.
  2. 손이나 발, 귀, 눈 같이 두개가 있는 육체부위의 어느 하나를
    제거하는 중(中)형.
  3. 손가락, 발가락처럼 열개가 있는 육체부위의 어느 하나를
    절단하는 경형으로 응징하고 있습니다.

가혹한 응징이요, 웬만해서는 빚얻을 염두를 못 냈을
유목사회였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태인 사일록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인육 1파운드를 요구한 것은 소설 속의 허구가 아니라
유목민족의 관습을 도입한 것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회교를 믿는 사막민족들은 약속을 어긴 빚쟁이는 그날로
노예신분으로 하천(下賤)시켜 빚 준 사람의 재산목록으로
등록됩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관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촌락자치규약인 향약에 보면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악질적인 빚쟁이에 한해 양반인 경우 벽을 바라보고 앉혀두는
면벽, 상민인 경우 시장바닥에 세워두는 입시(立市)로 명예형을
가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빚쟁이의 사정이 딱할 경우 “십시채(十匙債)”라 하여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식으로 추렴하여 갚아주는 미풍도 있습니다.

그 부채문화가 도시화, 산업화로 옮겨 가면서 질악(質惡)해지고
타락해온 것입니다. 악의의 빚은 당연 응징해야겠지만 선의의
빚을 진 사람들은 빚 때문에 다칠까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젠 금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 빚도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