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속도가 아무리 빠르고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우리는 과거를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과거는 우리 뒤쪽에 있지만 언제나 백미러에 담겨 있다.
과거의 영상은 점차 작아져야 할 것 같지만, 인생의 주행거리가 멀어질수록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올 때가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거는 언제나 한눈에 들어오는 거리에 있다.
늘 그만큼의 거리로 우리를 좇는다.
그 거울 속의 영상은 우리가 가던 길을 안전하게 재촉할 수도 있고
혹은 우리를 도랑에 처박히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추억의 힘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인생이란 앞쪽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뒤쪽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백미러의 영상이 더 커 보인다.
너무 크게 확대되어 차를 멈추고 방향을 돌려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돌아가서, 과거가 내게 원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돌아가서, 잊어버리고 무심코 뒤에 남겨 둔 것이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돌아가서 그것을 찾아 손에 올려 놓고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때서야 영혼의 여정에 다시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