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이 커서도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결핍은 사람으로 하여금 평생 그 대상을 찾아 헤매게 만든다는데, 예컨대 마릴린 먼로나 황진이, 에디트 피아프 같은 여성들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부성애 결핍이 평생 남자의 사랑에 집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결혼할 때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살피는 이유도 결국은 모든 인성이나 태도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때문일거다.
구타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그 장면을 몸서리 치게 싫어 했지만 무의식중에 내면화 돼 아내를 때릴 확률이 높다든지, 반면에 화목한 부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혼 후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부부 관계를 이어갈 확률이높다.
아이들은 ‘사랑해’ ‘널 믿어’ 이 두 마디만 있으면 적어도 삐뚤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차갑고 무관심하고 권위적이고 독선적이며 사랑할 줄 모르는 부모다.
혹시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최근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가 펴낸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를 읽어 보시도록.
작년에 온 세상이 경악한 부모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 이은석 군이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가를 심리학적 접근으로 추적한 책인데, 나 역시 그 책을 읽기 전에는 명문대에 다니던 그 아들을 악마 같은 패륜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텔리지만 끊임 없이 학대와 모욕을 일삼던 차가운 어머니, 역시 애정이라고는 손톱 만큼도 보여주지 않았던 권위적인 아버지, 학교와 군대에서의 집단 따돌림, 그로 인한 심한 무력감과 열등감, 대인기피증 등이 충동적인 살인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그의 형은 재판정에서 자기 부모들이 직장 상사가 부하에게 보이는 작은 배려와 관심만 보여 줬어도 이런 일은 일어 나지 않을 거라고 증언해 방청석이 눈물 바다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방청석의 눈물을, 사랑 받기를 그토록 바랬지만 결국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형제의 너무나 절박했던 목마름에 대한 이해였을 거라고 적고 있다.
애초에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자신의 부모를 끔찍하게 죽인 동생을 이해한다는 형의 증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 탓에 형과는 달리 반항 한 번 못하고 꾹꾹 억누르고 있다가 사건이 나기 며칠 전 그 동안 맺힌 것들을 어머니에게 따졌을 때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했더라도 그렇게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각설하고, 자녀 교육은 이 책에 나오는 부모와 무조건 반대로만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관심과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