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리뷰] 게리 채프먼 〈5가지 사랑의 언어〉 — 가정의 달, 식탁 위에 다시 펼치는 한 권

sangkist

가정의 달, 한국 교회 부부 세미나 추천 도서 목록의 거의 빠지지 않는 한 권이 있습니다. 미국의 결혼 상담가이자 서던뱁티스트 신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이 1992년 처음 출간한 〈5가지 사랑의 언어(The Five Love Languages)〉. 한국에는 1997년 생명의말씀사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고, 지금까지 누적 200만 부 이상이 팔린 한국 기독교 독자 사이의 대표적인 부부 도서입니다. 출간 30주년을 넘긴 지금, 이 책이 여전히 한국 교회 가정의 달 책장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를 한 번 더 짚어 봅니다.

식탁 위 펼쳐진 한 권의 책과 차 한 잔
가정의 달, 식탁 위에 다시 펼친 〈5가지 사랑의 언어〉

책 한 줄 요약 — 사랑은 ‘언어’이며, 언어는 ‘배워야 한다’

채프먼의 핵심 명제는 단순합니다.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채널이 다르다는 것. 누구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사랑을 느끼고, 누구는 함께 보내는 시간 안에서, 누구는 작은 선물에서, 누구는 청소를 도와주는 봉사에서, 또 누구는 손을 잡아 주는 신체 접촉에서 사랑을 가장 진하게 느낀다는 사실. 책은 이 다섯 가지 채널을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Five Love Languages)’라 부릅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 개역개정)

채프먼은 책 곳곳에서 고전 13장을 ‘사랑의 정의’로 인용하지만, 그의 통찰은 “사랑이 무엇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머뭅니다. 한 사람이 진심을 담아 사랑을 표현해도, 상대방이 그 표현을 ‘사랑의 언어’로 받지 못하면 사랑은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 이 한 통찰이 한국 교회 부부 세미나의 거의 모든 자리에서 여전히 인용되는 이유입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 한눈에 정리

사랑의 언어 핵심 표현 한국 가정의 한 장면 오해되기 쉬운 자리
인정하는 말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퇴근 후 짧은 한마디 격려 잔소리·비교 발언과 혼동
함께하는 시간 핸드폰 내려두고 30분 대화 토요일 저녁 식탁의 대화 ‘같은 공간’과 ‘함께하는 시간’의 혼동
선물 크기보다 ‘기억’이 들어간 물건 출장길에서 사 온 작은 손수건 금액 경쟁·보상의 자리로 변질
봉사 설거지·빨래 등 가사 분담 주말 아침 식탁 함께 차리기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자리
육체적 접촉 손잡기·어깨 다독임·포옹 잠자리 들기 전 짧은 포옹 성적 친밀감과만 동일시

표 속 ‘한국 가정의 한 장면’은 채프먼 본인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 교회 부부 세미나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어 온 적용 사례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 부부의 사랑의 언어가 정확히 같을 확률은 매우 낮으며, 보통은 한 사람이 가장 잘 받는 언어 한 가지와 잘 받는 언어 두 가지가 다릅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의 영향 — 좋은 점과 한계

좋은 점부터 짚어 봅니다. 첫째, 채프먼의 다섯 가지 언어 분류는 부부 갈등의 ‘방향’을 바꾸는 데 효과적입니다.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질문에서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 가게 해 줍니다. 둘째, 자녀 양육에도 같은 틀을 적용한 후속작 〈자녀의 5가지 사랑의 언어〉가 한국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셋째, 신앙적 토대를 놓치지 않습니다. 채프먼은 자신의 모든 상담을 “예수의 사랑이 인간의 모든 사랑의 원형이다”라는 신학적 전제 위에 둡니다.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첫째, 다섯 가지로의 분류가 지나치게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한 사람의 사랑은 다섯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고, 시기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뀝니다. 둘째, 이 모델은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언어로 사랑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자기중심적 적용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일부 신학자들은 채프먼의 모델이 사랑을 ‘전달의 기술’로 도구화한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습니다. 사랑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인격’이라는 지적이지요.

안양 평촌의 한 가정 사역자 이정민 목사(38)는 부부 모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남편은 봉사형이군’이라고 분류부터 하시면 위험해요. 분류가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니에요. 다섯 언어를 알게 된 다음, ‘그래서 이번 주에 그를 위해 무엇을 한 가지 해 볼까’를 묻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한 부부의 시뮬레이션 — 결혼 12년 차 김지원·박상현 부부

분당 정자동에 사는 결혼 12년 차 김지원 자매(40)·박상현 형제(42) 부부의 사례를 한 가지 가져와 봅니다. 이 부부는 작년 가을 교회 부부 세미나에서 〈5가지 사랑의 언어〉 자가 진단을 함께 풀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내의 1순위는 ‘인정하는 말’, 남편의 1순위는 ‘봉사’. 두 사람은 12년 동안 자신이 가장 잘 받는 언어로 상대를 사랑해 왔던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매일 짧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남편은 그 메시지를 받으면 “고마워”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저녁 설거지를 도맡아 했지만, 아내는 그 봉사를 ‘당연한 분담’으로 받아들였지요.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했지만, 사랑이 ‘도착하지 않는’ 12년이었던 셈입니다.

세미나 이후 부부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매일 저녁 남편이 설거지를 마치면 “오늘도 정말 고마워요”라고 한 문장 더 말해 주기로. 남편은 매일 아침 출근 전 아내에게 “오늘 발표 잘할 거예요, 당신은 늘 잘하니까”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기로. 두 가지 작은 변화가 한 달 만에 부부 사이의 분위기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12년 동안 안 풀리던 게 한 달 만에 풀린 게 아니라, 12년 동안 ‘보이지 않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김지원 자매의 말입니다.

가정의 달 마지막 토요일, 이 책을 다시 펼쳐 보면 좋은 자리

〈5가지 사랑의 언어〉는 한국어판 기준 약 240쪽 남짓의 짧은 책입니다. 한 주에 한 챕터씩 읽고, 부부가 매주 토요일 저녁 한 챕터씩 나누는 흐름이면 약 한 달 반에 완독이 가능합니다. 자녀를 위한 후속작과 함께 가정의 달부터 6월 ‘부부의 날(5/21)’과 ‘아버지의 날(6월 셋째 주일)’까지 자연스럽게 한 책 두 책을 함께 읽어 가는 흐름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권면을 더하고 싶습니다. 채프먼의 책을 읽는 자리는 ‘분석’의 자리가 아니라 ‘자백’의 자리여야 한다는 점. “당신은 이런 언어가 부족해”라는 분석으로 책장을 덮으면 책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한 번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는 그동안 당신의 언어를 잘 듣지 못했어요”라는 자백으로 책장을 덮으면, 책은 그 가정의 토요일 저녁을 한 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읽는 방법 — 부부가 함께 읽는 한 달 시뮬레이션

책을 ‘읽는 방법’도 책의 내용만큼 중요합니다.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부부가 함께 가장 잘 읽는 방법을 한 달 단위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주: 두 사람이 책을 각자 1~3장까지 읽고, 토요일 저녁 식탁에서 “나는 어느 언어가 가장 잘 받히는 것 같은가”를 한 사람씩 나눠 봅니다. 둘째 주: 4~6장을 함께 읽고, 부록의 자가 진단 테스트를 따로 풀어 결과를 비교합니다. 셋째 주: 7~9장을 함께 읽고, 상대방의 1순위 언어로 한 가지씩 작은 행동을 하기로 약속합니다(예: ‘봉사’가 1순위인 남편을 위해 아내가 매일 저녁 5분간 거실 정리 함께 하기). 넷째 주: 10장과 부록을 함께 읽고, 한 달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한 번 돌아봅니다.

한 달 사용 후의 짧은 점검표도 부록에 함께 권합니다. “이번 달 동안 상대의 1순위 언어로 가장 자주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어려웠던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다음 달에 한 가지만 더 늘린다면 무엇인가.” 이 세 질문이 책의 통찰을 한 가정의 일상으로 천천히 옮겨 줍니다. 책의 진짜 효과는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다음, 한 달 두 달 천천히 자라기 시작합니다.

총평 — 별점 4.5/5

한 줄 총평.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교회 부부 도서의 입문서. 분류의 책이 아니라 자백의 책으로 읽으면 별 다섯이 부족하지 않다.” 이 책이 한국 교회의 가정의 달 책장을 30년 가까이 지켜 온 이유는, 책이 가르치는 다섯 가지 언어 자체가 아니라, 책이 결국 한 부부에게 묻는 한 질문의 단순함 때문입니다. “당신의 배우자가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한 자리는 어디입니까.” 이 질문 앞에 한 번 더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가정의 달의 마지막 토요일이 한 번 더 따뜻해집니다.

한국 교회 부부 사역 30년의 자료들이 보여 주는 한 가지 결론도 같습니다. 이 책 한 권이 모든 부부 갈등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이 책 한 권을 함께 읽어 본 부부는 갈등의 한복판에서 “당신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이었지”라는 한 문장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그 한 문장이 갈등을 갈등의 자리에서 대화의 자리로 한 발 옮겨 줍니다. 가정의 달의 마지막 토요일, 옷장 한쪽에 꽂혀 있는 이 한 권을 다시 한 번 꺼내 보시기를 권합니다. 30년이 지난 책의 페이지가 오늘 저녁 식탁의 한 대화를 한 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신앙이 없는 부부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책의 본문은 일반 결혼 상담의 결을 따르며 신학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채프먼이 ‘사랑의 원형’으로 예수의 사랑을 전제하는 자리들이 있어, 신앙이 없는 부부에게는 그 부분이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섯 가지 언어의 틀 자체는 신앙 유무와 관계없이 도움이 됩니다.

Q2. 자가 진단 테스트는 어디서 무료로 할 수 있나요?
공식 사이트 5lovelanguages.com에서 다섯 가지 언어 자가 진단을 무료로 제공합니다(영문). 한국어판 책의 부록에도 동일한 자가 진단 표가 실려 있습니다. 부부가 따로 풀고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 방법입니다.

Q3. 부부 갈등이 깊은 상태에서 이 책 한 권으로 회복이 가능한가요?
이 책은 ‘예방’과 ‘일상의 미세 조정’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갈등이 이미 깊은 부부에게는 책 한 권보다 신뢰할 만한 목회자나 기독교 가정 상담사의 도움을 함께 받는 것을 권합니다. 책은 상담의 보조 자료로 사용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Q4. 자녀에게도 이 틀을 적용할 수 있나요?
채프먼의 후속작 〈자녀의 5가지 사랑의 언어〉가 그 작업을 직접 다룹니다. 자녀의 사랑의 언어는 성장 단계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한 자녀가 부모와 같은 언어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자녀에게도 “네가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자리는 어디니”라는 질문을 한 번씩 던져 보세요.

Q5. 한국어판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생명의말씀사판이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고, 교회 도서관 대부분에 이미 비치되어 있습니다. 알라딘·예스24·교보문고 등 일반 온라인 서점에서도 새책과 중고책 모두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후속작인 〈자녀의 5가지 사랑의 언어〉, 〈10대 자녀를 위한 사랑의 언어〉도 같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어 있습니다.

※ 본 글의 등장인물 사례는 책 적용의 결을 설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인물·기관과 무관합니다. 책 정보·판매처·후속작 정보는 출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