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요
코팅한 은행잎을 누가 볼새라, 슬며시 손에 쥐어주시던 때가 애들 같지요, 하면서도
끝내 감추지 못한 즐거움으로 빨갛게 볼이 물들어 오던 당신 우리가 원하지 않았어도
세월은 이만치 흐르고 추억만이 책갈피 속에서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식은요, 빛바랜 추억들을 꺼내들고 당신을 그리워하지요
삶이 힘겹다고 느낄 때나 죽음 같은 허무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찔러올 때면 당신을 대하듯 꺼내보곤 하지요
그렇게 그리움들이 쌓여 화석이 되어가도록, 당신을 해방시켜 드리지 못하는 것은 나 또한 당신 안에서 화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이길 수 없는 것이라지만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조금만이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