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꿈 속에라도


4년 전 일이다. 갑자기 꽃샘추위가 찾아온 3월 2일, 출근 준비를 하던 중에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여름, 새벽에 오토바이로 출근을 하던 아빠는 트럭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아빠는 그 뒤로 우리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조금씩 지워 가며 점점 아이가 되어 버렸다. 직장에서도 권고사직을 당했고, 아빠 대신 모든 생계를 떠맡게 된 엄마는 점점 지쳐 갔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도 대학교까지 무사히 마치게 된 나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마치 감옥에서 출소하는 것처럼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명절 같은 큰 행사 때나 찾아가는 집은 내게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

전화도 하지 않고 자주 내려가지 않는 건 그런 끔찍한 기억들을 지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빠와 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언니와의 통화를 끝내고, 급하게 사무실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아빠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몸이 점점 식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의 서러움의 눈물이었을까? 아빠에 대한 미안함의 눈물이었을까? 나는 밤새 울었다. 그리고 그날 밤 아빠는 떠나셨다. 눈도 한번 제대로 떠 보지 못하고 그날 밤 아빠는 세상과의 인연을 놓으셨다.

그리고 그해 여름을 넘기고 난 결혼을 했다. 아빠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사람이었다. 그 역시 ‘아빠’라는 이름에 또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에 사랑할 수 있었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빠라는 자리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아빠! 요즘 아빠가 너무나 그리워. 꿈속에라도 아빠가 나타나 지난날의 못난 날 좀 혼내 줬음 좋겠는데. 내가 그렇게 미웠어? 왜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빠 너무 미안해요.”

출처 : 좋은생각, 강태영 / 경기도 용인시 죽전2동

관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