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내가 떠난 후에야
인사를 하는 거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왜 제때엔 못하고
한 발 늦게야 표현을 하는 거니?
오늘도
이끼 낀 돌층계에 앉아
생각에 잠긴 너를
나는 보았단다
봉숭아 꽃나무에
물을 주는 너를
내가 잘 익혀놓은
동백 열매를 만지작거리며
기뻐하는 너를
지켜보았단다
언제라도
시를 쓰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어느 계절에나
나는 네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단다
나의 걸음은
네게로 달려가는
내 마음보다도 빠르단다
사랑하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나는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으면서
심부름 잘하는
지혜를 지녔단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젊음을 지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