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뜨락에 빗장을 열고
추억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면
한 겨울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
더 크고 더 길게 만들어지길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겨울 한 줌 햇살에 녹아내리는
고드름이 한없이 야속하기도 했고
크고 길게 자란 고드름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에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 친구 아기예수에게
더 크고 더 긴 고드름을 가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큰 고드름 칼을 가지고
으쓱해 할 내일을 꿈꾸며
고드름처럼 커 가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고드름이 자라기 위해서는
고드름 끝에 맺혀 떨어지는 눈물로
한 해 겨울 눈이 짓무르도록 울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삶도 눈물 없이는 자랄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