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합니다.
웃는 아름다운 얼굴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수수한 얼굴이 웃는 것도 좋아합니다.
나는 여인들이 인사 대신으로 웃는 웃음을 좋아합니다.
나는 아름다운 빛을 좋아합니다.
나는 우리나라 가을 하늘을 사랑합니다.
구름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저녁 노을을 좋아합니다.
나는 진주빛 비둘기빛을 좋아합니다.
나는 오래된 가구의 자개빛을 좋아합니다.
늙어가는 학자의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좋아합니다.
갈대에 부는 바람소리를 좋아하며,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어릴 때 자란 고향 해변이 추억으로 생각납니다.
나는 젊은 웃음소리를 좋아합니다.
아무도 없는 나의 서재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로 속삭이는
하나의 말소리를 좋아합니다.
나는 비오는 날 저녁 때 음식점에서 풍기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합니다.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는 새책 냄새를 좋아합니다.
커피 끓이는 냄새, 국화의 향기, 소나무의 향기를 좋아합니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의자에 앉아 호두과자 먹는 맛과
여름이면 앉아서 핥던 콘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합니다.
고운 얼굴을 욕망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 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내가 늙고 하나가 크면 눈 내리는 거리를 같이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