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끝자락 에메랄드빛 고운 물결이 꿈을 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섬 생일도
파도는 순결한 모래사장에 작은 먼지라도 내려 앉을까봐
애태우며 밀려와 솜털 같은 모래를 적시우고
물새들은 노을에 붉게 물든 부리 벌려 고운 울음 우는데
누군가는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삶을 쓰고 가고
누군가는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사랑을 쓰고 간다
누군가는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희망의 발걸음을 새기고
누군가는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절망을 새기고 간다
나는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당신의 이름만을 새기련다
밀려드는 파도에 지워질 이름일지라도 나는 그대의 이름을 곱게 새기련다
아무리 파도가 모래에 새긴 그대 이름을 지워도 나도 다시 쓰면 되는 것
어쩌면 사랑은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쓰는 것 아닐런가
그래서 삶은 끝나도 사랑은 영원히 남는 것 아닌가
나는 모래사장에 새겨진 그대이름을 지우는 파도를 미워하지 않을련다
어쩌면 파도의 사랑은 모래사장에 새겨진 이름을 지우는 것 아니런가
지우고 간 그 자리에 내가 그대의 이름을 다시 적듯
그래서 사랑은 끈기가 필요한 것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