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어머니는 결코 죽지 않는다
애당초 그에게 죽음이란 없다
단지 세마포 단장하고
천국의 시간에 갇혀 있을 뿐이다
한낮이면 평생 땀으로 일군 텃밭에서
여전히 호미 소리 들려오고
그의 숨결에선 고단한 한숨 대신에
안뜰 가득
채송화 향기 구수하게 피어오른다
아궁이에 저녁 불 지피면
우리 칠 남매 무릎에 앉혀놓고서
성경 이야기 풀어내고
바깥마당 천리향나무 눈 크게 뜬 채
귀 기울여 말씀 듣는다
봄 이맘때면
어김없이 무덤가에 할미꽃 돋아나듯이
하늘 문 열리고
내 영혼 천사들의 손에 들려질 깨까지
그는 결코 죽지 않는다
험난한 세상
철부지 자식 홀로 떼놓고
차마 길 떠날 수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