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하나 둘씩 어두운 저편으로 꼬리를 감추면
하늘에선
이슬이 조용히 세상을 감싸 안으며
어머니의 정을 쏟아 붓는다.
세상은 인적(人跡)이 드문 시간으로 치닫고
거리의 자동차가 줄어들면
어디선가 세상을 짊어질 장수와도 같은 이가
긴 창과 마차를 끌고 나타나
흙 먼지를 일으키며
온갖 부유 물질을 흡수하는 모양은
설사 큰 탱크와도 같은
무시무시하면서도 비장한 무사와 같은 모양을했다.
그대들이 뱉어놓은 더러운 노리개가
지나가는 고양이의 배를 불리기도 하지만
억만년을 이어갈 이 땅에 아픈 가시가 되어
두고갈 핏줄을 괴롭힘이라.
노랫소리가 들린다.
평화의 노랫소리가.
억만년을 이 어갈 노랫소리가 들린다.
시커먼 먼지를 훈장처럼 달고
달빛을 안주 삼아 별빛에 들이키는
평화의 노랫소리가 어두운 저편에서부터 들린다.
내가 밟고 살아갈 이 땅을 평화의 춤사위로 달래며
동이 터오는 노랫소리로 완성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