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춘분이더니
거리도 완연한 봄 채비를 갖춘다.
고난주간이 여명을 깨우고
새벽 만월이 산자락에 앉아 나를 반긴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타이르겠나
네 아무리 바빠도
세상 사람들 앞에 낯이나 씻고 다니고
게다가 무얼 쌀쌀하게 방정을 뜨나
누굴 콕콕 찌를 듯이 날을 세워
그 침울한 표정 보기조차 민망하다
납치해가는 세상에
무슨 야간도주하였기에
무서운 밤길 혼자 다니는가?
그런데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름달만 같아라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네 하는 짓 보니..
제발, 해처럼 밝게 살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