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이 따뜻해서 맨발로
그 빛 따라 나왔다가
저 빛 속에서 또한 빛을 발하는 꽃을 보고
무심코 걸어서 이곳까지 이르는
수고를 했습니다
한 가지가 아니고 무리지어 더 큰 몸통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그 향기에 몸을 내 맡기는
작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엷게 흔들리는 가지에 같이 고개를 돌리며
멀리 까지 가는 향기를 잡으려
길게 휘저어 막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적은 손에는
그 향기의 뒷꿈치도 만지지 못하는
약함을 보여주며 그냥 흘려 보내고
뒷끝에서 조금 그 향기를 맡습니다
가을 속에 익어가는 풍성한 감사는
적게도 크게도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뒷발 올려 더 큰 마음만 나타내려는
작은 소용돌이만
소용돌이 만 있었습니다
잊지 아니하려고
기억 속에 담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