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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가르쳐 준 것들 — 장마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언어

sangkist

장마가 시작되었다.

연속된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아침이었다. 커튼 사이로 흐릿한 빛이 들어왔고, 빗줄기는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날씨가 흐리구나 싶었다. 출근길이 불편하겠다, 빨래를 못 널겠다, 그런 생각들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은 순간, 빗소리가 달리 들리기 시작했다.

비는 묻고 있었다. 너는 잘 지내고 있느냐고.

빗속에서 찾는 하나님의 언어

요즘 나는 너무 빠르게 살고 있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끊임없이 반응하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잠시 멈추어도 되는 순간들을 흘려보내면서, 속도가 삶의 의미인 것처럼 달렸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은 이상하게도 그 속도가 자연스럽게 늦춰진다. 비가 허락한 느림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했다. 그냥, 앉아 있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토지를 적시어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 이사야 55:10-11

이사야 55장의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비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비는 단순히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땅을 적시고, 씨앗을 틔우고, 양식을 만들어내는 일—그 모든 것이 비가 내리는 이유였다. 그리고 하나님은 자신의 말씀이 그 비와 같다고 하셨다. 헛되이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 삶에도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조용히, 땅속 깊이 스며들어 싹을 틔우고 있는 것들이.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기준으로 삶을 판단한다. 열매가 없으면 실패라고 생각하고, 성장이 느리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비는 우리에게 다른 방식을 가르친다.

장마는 단순히 불편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준비의 계절이다. 긴 가뭄 끝에 찾아오는 비처럼, 우리 삶의 메마른 자리들을 적시는 시간이다. 연속되는 비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빗속에서 대지는 숨을 쉰다. 나무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씨앗은 처음으로 눈을 뜬다.

신앙도 그런 것 같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흐리고, 습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날들도 있다. 그런 날들을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멀리 계신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하나님이 가장 깊이 일하고 계신 때일지도 모른다.

장마 속 창가의 묵상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셨다. 아무것도 하시지 않고, 그냥 들으셨다. 이제는 알 것 같다. 할머니는 빗소리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세상의 소음이 멈추고, 빗소리만 남은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산다. 스마트폰 알림, 뉴스, 사람들의 목소리들. 그 소음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은 쉽게 묻힌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모든 소음이 조금씩 작아진다. 빗소리가 세상의 소음을 가려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장마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고마운 계절이라 여기기로 했다.

하나님은 말씀이 비와 같다고 하셨다. 하늘에서 내려서 헛되이 되돌아가지 않는 비. 그 말씀이 우리 마음에 내렸을 때도, 당장 싹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는 땅속으로 스며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씨앗에게 닿고, 뿌리에게 스며들고, 그러다 어느 날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하나님의 말씀도 그렇게 우리 안에서 자란다.

창가에 앉아 오래 빗소리를 들었다. 커피가 식어가도 자리를 뜨기 싫었다. 세상이 조용했고, 마음도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오래 하나님을 생각했다. 무언가를 구하거나,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분 곁에 앉아 있었다. 그것이 기도였는지 모르겠지만, 끝나고 나서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 씻긴 것처럼.

장마가 길게 이어질수록 답답함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억하고 싶다. 비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님의 말씀도, 하나님의 일하심도, 때로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깊이 스며드는 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는 반드시 새싹이, 열매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비가 내린다. 감사한 비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빠름을 숭배한다. 그러나 비는 서두르지 않는다. 하늘이 정한 때에 내리고, 땅이 흡수하는 만큼 스며들고, 씨앗이 자랄 때가 되면 싹을 틔운다. 하나님의 일하심도 그렇다. 우리의 빠른 시계가 아닌, 하나님의 시간표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 믿음이 있으면, 비 오는 날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