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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별을 위해*


10년전인 1998년
뉴욕의 공사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제 마지막 병원심방을 마치고 뒤돌아서려는데
공사장 추락사고로 뇌를 다친
스물 여섯쯤 되어보이는 한인 젊은이가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얼굴과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완전히 잃은 후였습니다

서둘러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살가망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미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가 된채로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의 심전도를 체크하면서
순간 주위는
무겁게 침울한 분위기로 가라 앉았습니다

심전도 곡선이
죽음을 의미하는 웨이브 파동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의사들의 경험으로 보아
이러한 경우
10분 이상 살아있는 환자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의사들은
가족들에게 임종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아이구, 어휴 흑흑흑…”

다음날 아침
나는 갑자기 그 한인 젊은이가 궁금해져
중환자실로 가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
이미 빈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 있으리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그가 아직 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심전도 곡선
그의 영혼이
아직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과학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납득할수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 세상을 쉽게 떠날수없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의문이 풀리지 않은채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렸읍니다

  • * * * * *
    하나님 ~~~
    살아서 숨은 쉬고잇으나
    깨여나지 못하는 이 영혼

세상에 무슨 미련이 많어서
주님곁에 못가는지
주여 이 영혼을 궁휼히 보시어서

마지막 떠나는 세상길
미련없이 떠나도록
주님께서 그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 * * * * *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사흘째 되던날 아침
한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창백한 얼굴의 여인은
이미 상황을 감지한듯
눈물을 흘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그의 파리해진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나야 종기씨, 늦어서 미안해.”

바로 그순간
그의 심전도 파동이 춤추기를 멈추고
한줄기 직선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결혼한지 석달째 접어드는 그의 아내로
뱃속에 아이를 임신중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겨운 사투를 계속하며
이세상의 마지막 작별을 위해
아내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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