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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리더들의 7가지 습관 CEO 과정>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몇 가지 재미난 점을 발견하게 된다.

CEO 스스로는 상당한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하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실제로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에 자신의 리더십을 각계각층에게 다면적으로 평가 받는 시스템이 있는데, 교육 과정 중에 그 평가 결과를 열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조용하게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자신의 평가 점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리더십 점수가 비교된 결과물을 받아보면서 CEO들은 흥분과 분노로 얼굴이 붉어지고, 콧김마저 거세지는 분들까지 등장한다.

교육을 다 마친 후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최고경영자나 임원일수록 이 때의 충격을 깊이 토로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 돌팔이 가장, 돌팔이 사장

요즘 웬만한 슈퍼마켓에 가보면 거의 모든 상품에 유효기간이 표시되어 있다.

제조일 언제, 책임자 누구, 유효 기간은 언제까지 등등…

우유나 과자까지 기간제한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나는 얼마 전 냉장고에 오래 묵힌 우유를 마시고 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게도‘과연 한 사람의 리더십에는 유효기간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생활이 궁핍했던 농촌에서 6남매의 셋째로 태어난 나는 여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보고 배우면서 자랐다.

아버지들이란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의심을 갖지 않았다.

미국 유학 중에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집사람과 결혼을 하고, 5년 동안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도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에 대하여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예전에 아버님이 하시던 대로 집사람이 뭐라고 할라치면 “쯧…”한 마디면 끝이 나야 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아비인 나를 존경하고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후 80년대 초반에 한국의 해외건설업체를 위한 컨설팅 사업으로 기반이 잡히자 국내에 컴퓨터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 당시는 컴퓨터라는 용어마저 생소했기 때문에 컴퓨터 전문가들은 상당히 진보적인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엘리트 직원들을 데리고 보통의 사장들처럼 늘 지시하고 간섭하고 명령했으며 은근한 복종을 강요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고루한 사장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않았었다.

시대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부모에게 배웠던 대로, 그저 앞선 세대가 했던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무자격 돌팔이 가장, 돌팔이 사장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사시던 농경 사회의 리더십으로 산업시대의 아이들과 직원들을 이끌었으니 문제가 오죽했을까.

서로 믿고 가장 가까워야 될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고 아이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의 유능한 직원들은 신설컴퓨터 회사로 떠나기 시작하였고 몇 년 후에는 회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 물어 보세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를 고심하던 중 우연히 미국에서 스티븐 코비 박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을 열광시키던 코비 리더십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되었다.

‘리더십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원칙중심으로 나부터 변하면 저절로 따른다’ ‘임종의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라!’

다행히도 나는 급류 타기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을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 교육을 받고 돌팔이 신세를 면하게 되었다. 비로소 자격증 있는 남편, 아빠, 경영자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여자가…” 하면서 호통치던 남편이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아내의 말을 경청하는 남편이 되었다.

항상 어른 말씀이 먼저라고 엄격하게 대했던 아빠가 늘 친구 같고 많은 칭찬을 해주는 아빠로 변했다.

통제하고 간섭하던 사장이 직원들을 믿고 업무를 위임하여 직원들의 가지고 있는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영자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가족과 직원들도 나의 이런 변화에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직원들에게 물어보세요, 회사가 어떤지.”

“우리 집사람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세요.”

“애들 입으로 직접 들어보세요.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배우자나 아이들과 문제가 있다면,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말이 먹히지 않는다면, 혹시 자신이 유효기간이 지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경섭/한국리더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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