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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기선교후


하나님의 은혜로 러시아를 품은지 거의 10년만에  블라디보스톡 항공기에 이륙한 순간 눈시울을 적셨다. 2시간쯤 비행을 하면서 블라디를 내려다 보니 마치 초록빛 브로컬리 같은 숲이 눈에 들어왔다. 노보시비르스크로가기 위해 여권을  확인할 때 무표정한 여직원에게 인사를 건네니 한결 부드러운 인상으로 대해 주었다.

   5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노보에 도착했는데 공항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중나온 성도와의 인사와 현지인들도 가히 당황할 만한 바리스(김영진)전도사님의 유쾌한 대화 속에서 어느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유감없이 드러냈었다.

   메디아 쉬꼴라(학교) 숙소에 들어설 땐 어두워서인지 얼떨떨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주일예배를 위해 쉬었다.

   러시아 침례교회에서의 주일예배는 경건하게 시작됐고, 1주간 자신의 삶을 성도와 샤링하는 시간도 가지고, 함께 일어서서 돌아가며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와 기혼 여성들의 머리수건은 정교회의 영향을 받은 듯 했다.

   월요일에 성경학교, 컴퓨터반, 한글반 홍보차 대문을 나서는 순간과 러시아인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이야기 듣는 순간 러시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은 어디든 있게 마련이지만 교파적인 거부감이 더 컸다.

   다음 날 한글반, 컴퓨터반을 개설했을 때, 호응이 좋아 반을 재편성하고, 더 넓은 장소로 옮기고, 강의안 수준을 더 높이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 새벽 미명 전까지 계속 되었다.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가 더욱 선생님을 격려해, 곤함도 잊은 채 서로 기꺼이 힘쓰는 모습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쁘셨을까 생각했다. 서로 자신의 진보에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며 자랑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고 감사했다.

   또한, 성경학교 개설 때도 한 명씩 들어오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문에서 맞이하자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에 러시아말에 너무나 서툴은 나는 조금은 미안했다. 함께 하나님 은혜 가운데 서로를 느끼며, 어우러져  찬양과 율동을 하며 말씀을 들으며 그들 나름대로 만족해 하는 모습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렸다. 율동을 하려고 서로 나오려는 아이들, 진지하게 말씀을 듣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간식을 먹으며 눈빛 인사와 제스츄어로 대화하는 내 모습은 가히 삐에로도 감탄할 지경이다. 레크레이션을 통해 한 운명공동체(?)가 되어 웃고, 응원하고, 아쉬워하며 더욱 가까워졌다. 또한 바리스전도사님의 재치와 유머는 아이들 맘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래, 선교는 바로 나의 인격의 독특함과 한국인의 독특함을 비워내고 낮아지는 것이다”라고 나름대로의 선교의 정의를 내리며 절감했다. 그래서 2주간이지만 러시아인처럼 살기로 맘을 더욱 굳혔다. 그들과 같은 음식, 사고방식, 가치관, 문화, 관습, 생활방식에 적응하고자 부단한 애를 썼다. 충분히 부족한 모습이지만 그들은 기꺼이 잘 대해 주었다. 그들과 함께 할 때에 러시아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선교지 탐방을 하면서 성찬에 참여해 그리스도의 보혈로 맺은 한 형제임을 느끼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힘쓰는 선교사님들의 수고로움에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나와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분들께 위로와 격려를 어떻게 할 수 있으랴!

   그곳에서의 마지막 주일은 초청집회로 그동안 3개의 프로젝터에 참여한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함께 예배하며 그들이 준비한 특송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기뻐하며 축복하며 한국어 찬양을 하였고, 우린 러시아어로  ‘약한 나로 강하게’를 찬양했다. 또한, 천안대 러시아학과 어학 연수팀도 함께 특송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은혜의 시간들로 감사했다.

   러시아의 광활한 평원과 바다 같은 호수와 너무나 넓은 대지위의 해바라기들, 산야의 야생화, 끝없이 펼쳐지는 키다리 자작나무의 대열,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수많은 별빛의 총총함, 거치른 물살, 짚푸른 침엽수림들 이 모두가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있으랴!! 이래서 예술가들이 더욱 많이 있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러시아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난 나의 삶의 지나온 날들을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온통 쏟아내는 이번 기회를 유감없이 놓치지 않았고, 그래서 아쉬움도 없는 단기 선교가 내겐 잊을 수 없는 행복감에 젖게 했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간 만큼 나의 열정을 바쳤다. 그래서 만족하며 돌아설 수 있었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난 곧 그들을 기억하며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기대하며 눈시울을 추스렸다.

   바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찾게 하는 것이 선교일진대, 이러한 선교 헌신자를 축복하고, 후원하고, 그러한 헌신자를 양성해 나갈 책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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