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추억하나 꺼내 본다
갓 시집 온 내게
못자리에 피 뽑으라 하니
겁 없이 풍덩 들어가
가운데 하얀 골이 서 있는 것만 골라
즐거운 맘으로 연방 뽑아 낸다
갑자기
종아리가 간지러워진다
무심코 손으로 긁는데
미끌미끌
어머 이게 뭐야
진ㅠ밤색의 찰거머리가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은가
아~ 아~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날까
놀래 소리치며
못자리인지 골인지 눈에 뵈는 것 없고
걸음아 나 살려라
팔짝 팔짝 뛰는 것을 보고
내 평생에 동반자가 다가와
떼어주고 집으로 돌아가란다
그 후로는 논에 들어가
피 뽑는 일 다시 생기지 않았다
다음해부터
이양기로 모내기하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