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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성경을 요약해 주는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손으로 말씀을 써야 하는 이유 — 신명기 17장 18절이 AI 시대에 건네는 거룩한 느림의 신학

AI 전문가

오늘 아침 저는 스마트폰을 열고 AI 챗봇에게 시편 23편을 3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0.8초가 지나지 않아 깔끔한 요약이 화면에 떴습니다. 정확했습니다. 핵심을 잘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읽고 나서 저는 묘한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생성형 AI는 성경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신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설교문 초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교적 묵상 글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 말씀과 씨름하는 것입니다.

AI 시대와 신앙 — 그리스도인의 말씀 묵상

신명기 17장 18절에는 왕에 관한 규정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이 왕을 세울 때, 그 왕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서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 신명기 17장 18-19절

“등사본을 기록하여.” 왕은 성경 전체를 손으로 직접 베껴 써야 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이미 완성된 성경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왕 자신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써야 했습니다. 왜일까요?

하나님은 정보 습득보다 과정을 원하셨습니다. 베껴 쓰는 행위 속에서 말씀이 손끝과 눈과 마음을 동시에 통과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쓰면서, 말씀과 속도를 맞추게 됩니다. 빠르게 스캔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만남이 일어납니다. 그것이 바로 왕이 말씀을 경외하도록 훈련되는 방식이었습니다.

AI 시대는 이 원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지금 우리는 성경에 관한 정보를 역사상 가장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주석, 강해, 신학 논문, 설교 요약, 묵상 자료 — 모든 것이 스마트폰 속에 있습니다. AI는 그것을 더욱 가속화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보가 넘칠수록 우리가 정작 잃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느림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손으로 말씀을 쓰는 그리스도인의 시간

저는 가끔 신앙 선배들에게서 성경 필사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구약 전체를 손으로 필사한 분들, 시편을 여러 번 써 내려간 분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말씀합니다. “쓰는 중에 만났다.”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던 구절이 쓰는 중에 멈추게 만든다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도하게 되기도 하고, 오랜 숙제처럼 걸려 있던 질문에 답을 얻기도 한다고.

AI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손으로 말씀을 써야 하는 이유는, AI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도구는 도구입니다. AI를 신앙 공부에 잘 활용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직접 그 말씀 앞에 서는 것입니다. 내 손이 움직이고, 내 마음이 반응하고, 내 영혼이 그 말씀과 씨름하는 것입니다.

신명기 17장 18절의 왕처럼, AI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도 여전히 “직접 기록하라”는 부름이 유효합니다. 빠름의 문화 속에서 일부러 느려지는 것, 요약된 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 펼쳐 읽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거룩한 느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AI가 요약해 준 성경이 아니라 내가 천천히 읽은 성경 한 구절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그 느린 만남 속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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