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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노인


길을 가다가 우연히, 굽은 허리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남루한 옷차림의 할아버지를 보았다.
모두가 무심히 지나쳤지만
할아버지의 애환 어린 얼굴을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멈춰 섰다.

“할아버지, 어디 불편하세요?”
“배가 너무 고파서 걸을 수가 없어.”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응, 뭐든지 먹고 싶은데…
지금은 라면이 제일 먹고 싶어.”
“할아버지, 이리오세요. 라면 사 드릴게요.”

겨우 걷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애처롭다.

“할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응? 나이… 여든 둘…”

걷다 말고 부스럭 부스럭 주머니 속에서
비닐에 싸인, 노랗게 변색된 주민등록증을 꺼낸다.
1923년 11월 8일생… 박OO

“자식은 없어요?”
“… …”

가까운 분식점을 찾았는데 분식점 아주머니가
음식을 팔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손님이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할 수 없이 일회용 용기에 라면과 김치,
나무젓가락을 얻어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길가로 돌아왔다.

“많이 드세요.”
“고맙네, 젊은이…”

침묵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내로라하던 부농이었는데
20여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혼자 농사를 짓다가 하나 있던 아들이
시골의 전답을 팔아 모시겠다고 하여
모두 정리하고 서울 아들집으로 올라 왔는데
얼마 후 시골 친척집을 다녀오니
아들 내외가 이사 가고 없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시골로 내려가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그것도 눈치가 보여
5년 전부터는 노숙을 하는데 그것도
젊은 노숙자들의 횡포에 시달려
아예 변두리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아드님 찾고 싶지 않으세요?”
“찾으면 뭐해, 그것들이나 잘 살면 됐지.
어서 가보게 젊은이. 바쁜데…”

비록 때에 절어 있는 남루한 모습이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고이 품고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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