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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릎 꿇는 새벽 — 실패한 자리가 기도의 자리가 되기까지

sangkist

새벽 네 시였다.

잠에서 깼을 때 방은 어두웠고, 마음도 어두웠다. 어제의 실수가 떠올랐다. 내가 했어야 했을 말을 하지 못했고, 하지 말아야 했을 말을 했다. 그것이 깊은 밤, 수면의 표면을 뚫고 나를 깨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창피했다. 하나님 앞에 다시 나가기에는, 너무 자주 같은 자리에서 넘어진 것 같았다.

그때 시편 51편이 떠올랐다. 다윗이 썼다는 그 시편. 그가 가장 크게 실패했을 때 쓴 기도.

새벽 기도의 자리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 시편 51:10-12

다윗은 왕이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이라 불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밧세바 앞에서 무너졌고, 그 잘못을 덮으려다 더 큰 죄를 쌓았다. 그가 쓴 시편 51편은 그 밑바닥에서 올라온 기도였다. 하나님이여, 나를 쫓아내지 마소서. 나를 버리지 마소서.

새벽 어둠 속에서 나는 그 다윗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내 실패는 다윗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 앞에 서기가 두려웠다. 또 같은 것을 가지고 왔다는 부끄러움, 이번에도 나약했다는 자책, 왜 나는 이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걸까 하는 지침.

그런데 다윗은 그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 앞에 섰다.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지를 고백하면서도, 그 더러운 상태로 하나님께 나아갔다. 정한 마음을 창조해 달라고, 새롭게 해달라고, 회복시켜 달라고. 그것이 그의 기도였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새벽 네 시, 어두운 방에서. 특별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거기 있었다. 하나님, 또 왔어요. 또 이 모양이에요. 또 넘어졌어요. 그 고백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무릎을 꿇은 그 자리에서, 무언가가 달라졌다. 가슴을 짓누르던 것들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무릎을 꿇는 새벽

영성의 여정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성숙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경건해야 한다고. 그런데 실제 신앙의 삶을 살다 보면, 그것은 일직선이 아니었다. 올라갔다 내려오고,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서고. 같은 자리에서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그날 새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면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넘어진 자리가 기도의 자리가 된다는 것. 실패한 그 자리가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가 된다는 것. 만약 내가 항상 잘 해냈다면, 나는 무릎을 꿇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넘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낮아진다. 그리고 낮아진 자리에서 비로소 그분의 음성이 들린다.

다윗이 쓴 시편 중에는 고통과 절망의 시들이 많다. 어려움 없이 쓴 찬양보다, 고통 속에서 쓴 기도들이 더 많다. 그리고 그 기도들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척, 강한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하나님 앞에 놓은 기도들이기 때문이다.

시편 51편은 계속된다. 하나님은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멸시하지 않으신다고.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으신다고. 내가 새벽에 무릎 꿇고 왔을 때, 하나님은 또 왔냐고 지치셔서 외면하신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거기 계셨다. 기다리고 계셨다.

영성 일기를 쓰다 보면, 승리와 은혜의 날들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날들이 더 많다. 처음에는 그것이 부끄러워서 쓰기 싫었다. 성장한 모습만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넘어진 자리도 기록해야 한다고. 거기서 다시 무릎 꿇은 것도 기억해야 한다고. 그 과정 자체가 신앙이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가장 용감한 선택이다. 스스로 충분하다는 교만을 내려놓고, 그분 앞에 작아지는 것. 그 자리에서 역설적으로 일어설 힘이 생긴다.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하나님은 멸시하지 않으신다. 그 마음을 들으신다. 오늘도 넘어졌다면, 괜찮다. 다시 무릎을 꿇으면 된다. 그 자리가 신앙의 자리다.

하나님 앞에서의 솔직함은 믿음의 표현이다. 완벽한 척 나아가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기도다. 다윗처럼 왕이어도, 실패자여도, 하나님 앞에서는 그냥 나다. 그 나를 하나님은 아신다. 그리고 받으신다. 오늘 새벽에도, 그 자리는 열려 있다.

새벽이 밝아왔다. 어두운 방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또 같은 자리에서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다시 무릎을 꿇을 자리가 있다는 것. 그 자리에서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다는 것. 그것만으로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